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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관광객들 보면 화가 나요”…코로나 재확산, ‘수도권·개신교 혐오’로 이어지나
온라인 곳곳서 “서울 봉쇄”·“기독교 혐오”
전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달라는 보상심리”
“혐오를 넘어 고통분담·성찰의 계기로 나아가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 전역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가운데 지난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다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온라인 등에선 ‘수도권 혐오’ ‘개신교 혐오’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봄 한 차례 혐오의 대상이 됐던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혐오’ 정서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혐오가 아닌 고통분담과 성찰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른바 ‘수도권 혐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인천 경기도 X들아, 그냥 집에 있어라. 코로나 옮기지 말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온라인 맘카페에도 ‘서울 경기 쪽 지인이 한다는 말이 서울 위험해서 아래 지방으로 휴가 온다는데 욕 나올 뻔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지역 카페에도 ‘서울서 온 관광객 얼굴만 봐도 화가 난다’ ‘집콕하는 사람 따로, 놀러다니는 사람 따로’라며 서울 등 수도권 관광객들을 질타했다.

특히 이런 ‘수도권 혐오’ 현상은 지난 2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집단감염 사태로 한 차례 지역 혐오의 대상이 됐던 대구·경북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18일 대구 지역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도권 관련 대구 지역 신규 확진자 기사 댓글엔 ‘다시는 대구 들먹이지 마라. 서울 수도권 X들아’ ‘서울 경기 때문에 다시 마스크해야 되네’ ‘서울 봉쇄해라’ 등의 내용이 달리기도 했다.

이른바 ‘개신교 혐오’ 현상도 눈에 띈다. 지난 19일 경남 진해 지역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기독교 혐오가 생겼다’며 ‘이번 코로나 사태도 말하기도 지친다. (파주에서) 도주한 사람은 원불교 법당에 가서 11시간 있었다는데, 왜 교회만 이러느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혐오’ 현상들이 ‘나도 이만큼 힘들었으니 알아달라’는 ‘보상심리’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피로감에서 발현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른바 수도권 혐오 현상은 지난 2월 대구 지역 감염 당시 많은 정신적·심리적 피해와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이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제 알겠지’라며 보상받으려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나만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크고 밀집된 곳에서 터져버리니 배신감과 다시 또 시작해야 한다는 피로와 상실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국가재난 상황에서 혐오를 멈추고, 고통분담과 성찰의 계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성필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장(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 교수)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혐오하며 집단을 구분 지으면 문제 발생 원인 등의 부담에선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코로나19와 관련된 재난을 극복하거나 회복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전체 안전을 위해 혐오를 자제하고 오히려 관련자들이 빨리 진단받고 적절한 조치를 받도록 수용하는 분위기로 가는 것이 방역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도 “혐오란 결국 자기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이를 넘어선 서로 간 비난이 지속되면 이후 또다시 코로나19 재확산이 발생했을 때 부정적인 악영향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기회를 고통분담과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게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안아줘야 한다”고 했다.

임 교수 역시 “지금 국민은 ‘사랑제일교회’ 측의 적반하장 태도를 보면서 혐오감이 커졌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가 다시 장기화됐지만 고통분담, 양보, 연대 차원에서 함께하면 혐오나 지역감정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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