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감소로 집주인 월세 전환 꺼릴 듯
실효성 확보 위해 과태료 부과 등 거론
월세→전세 전환 때는 미적용 문제점도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전세의 월세 전환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전월세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전월세전환율 인하로 집주인이 기존보다 받게 되는 월세금이 줄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것을 상대적으로 꺼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대체적으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각에선 전월세전환율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수 등 전월세전환율 인하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불안해진 전월세시장…정부, 전월세전환율 인하=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기간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전월세전환율로 그 비율을 정해놓고 있다. 현재 전월세전환율은 한국은행 기준금리(현 0.5%)에 시행령으로 정한 이율(3.5%)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새로운 전환율 2.5%는 이 공식에서 상수인 3.5%를 2.0%로 낮춘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현행 4%인 월차임 전환율(전월세전환율)을 2.5%로 하향 조정하겠다”면서 “현행 4%인 월차임 전환율이 임차인의 월세 전환 추세를 가속화하고 임차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임차인의 전세대출금, 임대인의 투자상품 수익률, 주택담보 대출금리 등 양측의 기회비용 등을 검토한 결과, 전월세전환율은 2.5%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6월 기준으로 전세대출금리는 2.26%, 주택담보대출금리는 2.49%다. 국토교통부는 “현행 전월세전환율이 1.0%대인 1년 만기 정기예금 등 다른 원금보장 투자상품 수익률보다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고, 2.0%대인 시중 전세대출금리와 비교해도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지면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월세가 그만큼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5억원짜리 전세를 계약 갱신 시점에서 보증금 3억원짜리 월세로 바꾸는 경우 현행 전월세전환율에서는 2억원에 4.0%를 곱한 뒤 월별로 나눈 66만6000여원이 월세로 산출된다. 전월세전환율이 2.5%로 낮아지면 월세는 41만6000여원으로 줄어든다. 월세가 25만원이 더 내려가게 되는 셈이다.
최근 부동산 세금이 강화돼 집주인들이 월세를 통해 세 부담을 전가하는 분위기에서 전월세전환율 인하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게 하는 요인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전환율 실효성 높여야…과태료 부과 방안도 거론=일각에서는 낮아진 전월세전환율이 실제 세입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에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계약 기간에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만 적용될 뿐, 신규 계약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전월세전환율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라고 하거나 감시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전월세전환율을 지키지 않은 집주인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전월세전환율을 규정한 주임법은 행정법이라기보다는 사인 간 거래, 계약에 관한 내용을 정하고 있어 과태료 규정을 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전월세전환율은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에서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에만 적용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월세를 전세로 바꿀 때는 ‘시장전환율’을 참고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 협의해 정해야 한다. 시장전환율이란 시장에서 통용되는 전환율로, 한국감정원이 ‘전월세전환율’이라는 똑같은 이름으로 다달이 발표하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 6개 추가 설치=정부는 임대인·임차인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기존 6곳에서 18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운영기관인 법률구조공단 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감정원이 서울 북부와 인천·고양·세종 등에서 12곳을 운영한다. 국토부는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에 최소 1곳 이상인 총 40여곳의 분쟁조정위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임대인의 직접 거주로 인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임차인이 해당 주택의 임대차 정보 현황을 열람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열람 대상에 갱신 거절 임대인을 추가하는 것이다. 현재는 그 대상이 현 임대인·임차인, 주택 소유자, 근저당권자, 우선변제권 승계 금융기관 등이다. 국토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하위 규정은 이달 말 입법예고에 착수해 오는 10월 중 시행을 목표로 입법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민상식·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