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걸프지역 아랍국과 첫 외교관계 합의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 견제
이란·팔레스타인은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가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웃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이스라엘과 걸프 지역의 아랍국 아랍에미리트(UAE)가 13일(현지시간)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이 합의에 따라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합병을 중단하기로 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3국 간 합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올려 이스라엘과 UAE가 완전한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의 명의로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UAE 대표단은 투자·관광·직항 노선·보안·통신 및 기타 문제에 관한 양자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앞으로 몇 주 안에 만날 예정이다.
양국은 조만간 대사와 대사관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UAE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엄청난 돌파구”라며 “우리 두 위대한 친구 간의 역사적 평화협정”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성명에서 “올바른 길을 향한 엄청난, 역사적인 진전”이라며 “중동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질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트위터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반겼다. 무함마드 빈 자예드 왕세자는 UAE와 이스라엘이 양자관계에서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UAE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첫 걸프 지역 아랍국이자 아랍 국가 전체로는 이집트, 요르단에 이어 세 번째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은 뒤 1980년 국교를 수립했고 1994년에는 요르단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아랍권 이슬람 국가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껄끄러운 관계였다.
UAE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합의를 계기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의 추가 합병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UAE 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추가 합병을 중단하자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이번 합의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주권 선언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불법으로 점령한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이곳에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정착촌을 계속 건설해왔다.
이스라엘의 우파 지도자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7월 이후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들과 요르단계곡을 합병하겠다고 밝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의 반발을 샀다.
이스라엘과 UAE의 이번 합의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아랍권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모색해온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중동에서 최대 군사 위협으로 여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걸프 지역의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은 최근 이란과 맞서기 위해 이스라엘과 접촉면을 넓혀왔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냈다고 AP 등 외신은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UAE의 이번 합의에 대한 중동 지역 반응은 엇갈렸다.
친미 국가이자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스라엘과 UAE의 합의가 중동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 대변인은 AP와 인터뷰에서 UAE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