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태국 방콕의 육군 본부 앞에서 한 시위자가 시위대를 향해 발언하고 있다. 시위대는 개헌과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퇴진, 새로운 총선 실시, 악법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태국 사법당국이 8년을 끌던 거대 부호 집안의 손자 관련 수사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이른바 ‘태국판 유전무죄’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에 태국 정부와 검찰·경찰은 황급히 진화 작업에 나섰다.

27일 일간 방콕포스트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세계적인 스포츠음료인 레드불의 공동 창업주 찰레오 유위티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의 2012년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불기소 논란이 확산하자 전날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나루몬 삔요신왓 정부 대변인은 쁘라윳 총리가 이번 일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관계 당국에 관련 조사 진행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쁘라윳 총리는 이번 사건의 사법처리 과정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불기소로 ‘면죄부’ 논란을 자초한 검찰도 이같은 성난 민심에 당황한 모습이다. 전날 웡사꾼 끼띠쁘롬웡 검찰총장은 검찰의 사건 처리를 조사하기 위해 검찰청 차장이 이끄는 7인 패널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내린 불기소 결정에 문제가 없다던 경찰도 이날 다른 입장을 내놨다. 태국 경찰은 경찰청장 지시로 조사팀을 구성해 향후 15일간 수사 과정에 문제점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SNS상에서 ‘#BoycottRedBull(레드불을 보이콧 하라) ‘#saynotoredbull(레드불에 노라고 말하라) 등의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자신의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 체포된 오라윳은 보석금 50만 밧(약 1900만원)을 내고 석방돼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유위티야 일가의 재산이 6조원 이상으로 태국 내 세 번째 부호였다는 점이 경찰의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오라윳은 업무 등을 이유로 해외에 머물면서 8차례나 검찰 소환에 불응하기도 했다. 오라윳이 전 세계를 유람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은 분노했다.

이 가운데 공소시효가 2027년까지인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사법당국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여론은 폭발했다. 아울러 검찰의 면죄부가 오라윳에 대한 유리한 증언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오라윳이 사고 당시 시속 60㎞ 이하 속도로 달리고 있었고 경찰이 갑자기 차선을 바꿔 오라윳의 페라리 차량 앞으로 끼어든 만큼, 사망 사고는 오라윳의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경찰은 오라윳이 사고 당시 시속 177㎞ 속도로 차를 몰았던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어, 태국 국민들은 검찰이 확보한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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