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명 신청 유세에 6200명 참가…심기 불편
장녀·사위, ‘예상 실패’ 선대본부장에 분노
트럼프, 인적 쇄신 단행 가능성에 백악관 초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네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친 뒤 백악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을 맞아 골프를 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확연한 때에 적절한 행보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전날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시(市)에서 가진 선거 유세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다. 재선 전망이 어두워진다는 관측 속에 그가 어떤 반전카드를 꺼낼지도 주목된다.
CBS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을 떠나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4시간30분 가량 골프를 쳤다. 지난달 23일 같은 장소에서 라운딩을 한지 한 달 만이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 전 라운딩 때도 언론의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채를 잡았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행복한 아버지의 날’이라는 글귀를 게재한 것 외엔 언론을 통해서도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유세를 전날 털사에서 3개월만에 재개했지만 흥행에 실패, 심기가 편치 않은 걸로 미 언론은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 재선 캠프 측은 털사 유세에 100만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홍보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속빈 강정’에 가까웠다.
털사 소방당국에 따르면 유세가 열린 BOK센터엔 6200명이 모였다고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 실내경기장의 최대 수용인원은 1만9000명이다. 행사장의 3분의 1도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재선 캠프의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대책본부장에 단단히 화가 났다고 CNN은 전했다. 관중 규모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 걸 질책했다고 한다.
털사 유세의 ‘흥행 참패’엔 미국의 10대 K팝팬이 한 몫을 했다는 분석도 확산하고 있다. 트위터, 틱톡(Tik Tok·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 전화번호로 유세 참가 신청을 한 뒤 ‘노쇼(No show·예약을 하곤 실제 나타나지 않음)’를 하자는 전략을 K팝팬 등이 암암리에 공유해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를 망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날 보도한 뒤 여러 매체가 비중있게 다뤘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뉴욕주 하원의원(민주당)은 “틱톡하는 10대한테 한 방 맞았다”고 트럼프 대통령 캠프 측을 직격했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털사 유세 참가 인원이 적었던 건 행사장 주변 시위대 때문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브래드 파스케일 선대본부장은 K팝팬 등의 ‘노쇼’가 성공했다는 주장 관련, “좌파 등이 승리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 유세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가짜 신청은 다 걸러낸다”고 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걱정스럽게 기다리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실망 속에 끝난 과거 유세 사례에선 관계자들을 경질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털사 유세 전부터 파스케일 선대본부장이 대선을 이끌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자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걸로 나타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선대본부장 외에 더 큰 인적쇄신을 단행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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