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사업비, 특별장학금으로 반환” 계획에 제동
교육부 “혁신사업 취지에 맞지 않아”…“현안 외면” 지적
건국대, “2학기 등록금 감면키로”…파장 주목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대학 등록금 반환, 21대 국회를 향한 10시간 필리버스터에서 한 참가자가 대학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각 대학들이 1학기 수업을 원격수업(온라인 강의)으로 대체하면서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각 대학들이 정부 지원금을 등록금 반환 명목의 특별장학금으로 활용하려는 방안에 교육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 등록금 반환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건국대학교는 올 2학기 등록금을 감액키로 결정해 다른 대학들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교육부는 15일 “정부 지원금을 등록금 반환 명목의 특별장학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이 대학혁신사업지원비를 활용해 모든 학생에게 일정 금액을 특별장학금 형태로 나눠주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혁신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아 교육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은 당초 8031억원에서 7528억원으로 503억원이나 줄었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사업 예산은 6.3% 삭감된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교육부가 혁신전략이나 교육여건 등을 평가해 대학 143곳에 8031억원을 지급하는 정부 지원금이다.
앞서 4년제 대학 200곳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자체 예산으로는 등록금 반환이 어려운 만큼, 정부 지원금인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특별장학금 형태로 학생들에게 일부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이처럼 교육부가 혁신지원사업비를 특별장학금 형태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대학들의 등록금 반환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학생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예년 만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데다 대학시설을 이용하지 못했으니 등록금을 일부 환불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이 사이버대와 다를 바 없는데, 사이버대 한 학기 등록금은 평균 144만원인데 4년제 대학은 350만~400만원대로 2배 이상 많다는 지적이다.
다만, 건국대는 올해 1학기 재학생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2학기 등록금 고지서에서 일정 비율을 감면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 각 대학들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건국대는 “환불에 준하는 금전적인 보상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하고, 이번 주 중 최종 금액을 확정하기로 했다. 학습권 침해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건국대가 등록금 감액에 처음 나서면서, 대학 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대학 및 학생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4월 대교협에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를 고려해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던 교육부가 혁신지원사업비 예산을 삭감하고 특별장학금 형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데 대해 “교육당국이 현안을 외면하고, 대학과의 약속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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