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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불변의 질량 기준, 국내기술로 구현 성공
- 표준硏, 1kg 원기 대신할 키블저울 이용, 첫 국제비교 참가
- 미세한 질량까지 정확히 측정, 미래 첨단산업 활용 기대
표준연 플랑크상수질량팀 연구원들이 키블저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키블저울을 이용해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kg) 측정값을 구현, 국제비교 참가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키블저울이란 전자기력으로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가늠해 고정된 물리상수 값을 기준으로 측정 대상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비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세계 5개국만이 키블저울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국제비교는 단위 재정의 이후 국제 질량 눈금을 정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시행됐다. 질량비교기가 있는 BIPM(국제도량형국)에 각 나라의 측정값을 보내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번 국제비교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측정값을 의심하는 정도인 불확도 2×10-7 이하의 선제조건이 요구됐다. 표준연은 1.2×10-7의 불확도를 달성했으며 캐나다(NRC), 미국(NIST), 국제도량형국(BIPM), 중국(NIM) 등 총 5개 표준기관이 키블저울 실험을 이용해 참가했다.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은 백금과 이리듐을 합금한 금속 원기의 질량을 1kg으로 정의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100여년 동안 약 수십 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이 변한 것으로 추정돼 정확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단위가 불안정하고,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과 모든 산업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측정값을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제약, 반도체 등 정확한 질량측정을 요구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질량측정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변치 않는 상수인 플랑크 상수(h) 값을 이용해 물체의 질량을 구현하는 장치인 키블저울이 고안됐다. 키블저울은 질량, 중력가속도, 전기, 시간, 길이 등 수많은 측정표준의 집합체로서 모든 측정의 불확도가 10-8(1억 분의 1) 수준으로 구현돼야 한다.

표준연 플랑크상수질량팀은 2012년 연구에 착수, 2016년 처음으로 키블저울을 설치했다. 당시 각 요소의 측정 불확도는 10-6 수준이었고 전체 측정 불확도는 10-6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직선 운동 향상을 위한 메커니즘 구현 ▷등속 운동을 위한 고속 제어 알고리즘 적용 ▷자석의 균일도 향상 ▷전기 잡음 원인 분석을 통한 잡음 개선 ▷전자기력과 중력 간의 정렬 방법 제안 등 모든 부분을 개선해 1.2×10-7 수준의 최종 결과를 얻게 됐다.

현재 키블저울을 이용해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불확도는 약 1×10-8 수준으로 캐나다, 미국만이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 결과의 불일치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10여 년간 5번 정도의 추가적인 국제비교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동민 책임연구원은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30년 이상 늦게 시작한 연구지만 최단기간 내 키블저울을 개발, 국제비교에 참가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향후 국제비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철 책임연구원은 “그동안은 원기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가 질량 기준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키블저울을 개발하는 국가가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 종속국이 아닌 기술 주도국으로써 첨단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측정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 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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