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사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보수가 싫었으면 우리 당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초선 의원 모임에서 “나는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 대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장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후 “자유우파 진영의 지지를 받는 우리 당을 좌파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먼저 우리가 보수정당임을 인정하고, 보수를 없애지 말고 혁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며 “통합당의 패배는 보수 정치인의 잘못에 따른 것으로, 보수라는 이념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은 근본이 있어야 핵심 지지층도 굳건해진다”며 “김 위원장이 보수라는 우리의 지향점을 부정하면 부질 없는 이념 논쟁만 촉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3선 중진의 장 의원은 통합당 내 김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인사다. 그는 김 위원장 체제가 첫 발을 떼기 전부터 당의 비대위 전환을 반대해왔다. ‘신탁 통치’를 받고 자생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장 의원은 김 위원장의 ‘독단’ 기류가 이미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공개 발언을 최소화하는 방침을 세운 것을 놓고 “그러면 젊은 비대위원들은 무늬 좋은 거수기로 쓰기 위해 데려왔느냐”며 “그들의 발언을 잡음으로 치부하는 것이냐. 벌써 권위적 냄새가 풍긴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의원 총회에서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고 말한 데 대해선 “중진들의 고언(苦言)을 시비로 생각할 수 있느냐”며 “이런 말을 하기 앞서 소통,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나 안 할거야’라며 떠나버릴 수 있다”며 “김 위원장 체제의 비대위로 뜻을 모은 당선인 총회 안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우려되는 사안으로 언급됐었다”고 했다.

장 의원은 다만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기 전부터 “깜짝 놀랄 만한 정책 개발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데 대해선 “진취적인 변화에는 큰 기대를 한다”며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만들어 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런 파격적 정책을 제안하기 위한 차원으로라도 정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