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김성은)는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신진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동향을 살펴보는 2020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14일 밝혔다.
‘랜덤 액세스’라는 프로젝트의 명칭은 백남준이 자신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1963)에서 선보였던 동명의 작품에서 비롯하였다. 랜덤 액세스는 오디오 카세트의 테이프를 케이스 밖으로 꺼내 벽에 임의로 붙이고, 관객이 마그네틱 헤드를 자유롭게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내게 했던 작품이다. 〈랜덤 액세스〉에서 찾을 수 있는 즉흥성, 비결정성, 상호작용, 참여 등을 키워드로,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는 지난 이 년간 여섯 명(팀)의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소개됐다. 올해는 오주영, 신승렬, 함혜경 세 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오주영, 버스마크_작품 이미지 Random Access Vol. 7, Oh Jooyoung, BirthMark_image |
▶랜덤 액세스 Vol. 7 오주영 《주사위 게임》 전시 소개=현대인의 일상은 수많은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들은 과학적 사실들을 믿고 의존하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도 과학의 발전에서 찾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중이 복잡하고 다양한 과학적 성과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대부분 피상적인 수준에서 그치며, 대다수의 사람이 과학에 가지는 신뢰는 맹목적인 것에 가깝다. 오주영은 작가이자 연구자인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적 진리들이 딛고 서 있는 기반이 우리의 기대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작가에 따르면 과학자의 연구와 실험은 목표하는 결론에 가까이 가기 위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확률적 모험에 가깝다. 이는 마치 가슴에 희망을 품고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주사위 게임과도 같은 것이다. 의도와 관계없이 때때로 주사위는 기울어진 바닥에 던져지며, 우리는 오직 잘못된 결과물만을 손에 쥐게 된다. 오주영은 이처럼 이른바 ‘과학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게 되는 것들에 주목하며, 과학적 진리가 가지는 압도적 위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Vol. 7 ‘주사위 게임’에서는 오주영 작가의 작품 두 점을 소개한다. 신작 ‘쥐들에게 희망을’은 연구자 P가 겪은 실패의 기록과 비디오 게임으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과학적 진실들이 딛고 서 있는 불완전한 근간을 상기하게 된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인공지능을 다루는 버스마크(BirthMark)〉는 동명의 단편소설에서 ‘모반(birthmark)’이 상징하는 것과 같이, 과학적 방법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의 영역이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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