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의 현장에서] 외식자영업에 필요한 건 ‘규제’보다 ‘장려’

우리도 유럽 도시들처럼 야외에서 식사와 차를 즐기는 풍경이 곧 익숙해질 듯하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개정안은 옥외 영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의 옥외 영업만 지방자치단체장이 금지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올여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임대료 부담이 큰 소상공인들이 옥외 여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본격 시행에 앞서 전주시는 객사길 등 주요 상업지역 음식점에 대해 옥외 영업 허용에 나섰다. 고양시도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식품접객업소의 옥외 영업을 7월 말까지 한시 허용키로 했다. 최근 코로나19로 물리적 거리 유지가 권고되는 상황에서 야외 공간을 활용해 테이블 수 줄이지 않고도 거리 두기가 가능해져 업주와 손님 모두 만족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

공유주방 문턱도 낮아지면서 외식 자영업자들이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공유주방 서비스 ‘위쿡’을 선보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지난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한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롭게 출시되는 신기술·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가 있는데도 실증(실증특례) 또는 시장 출시(임시허가)를 허용하는 제도다. 공유주방은 식품 제조업이나 배달 전문 외식업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임대료와 초기 설비투자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이처럼 최근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조치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자영업 현실을 외면한 규제도 곳곳에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류 통신판매 관련 규제다. 전통주나 와인에 대해선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고 있지만 다른 주종은 여전히 불가능해 수제맥주 등을 판매하는 중소 영세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모임이 크게 줄면서, 지난달 일부 수제맥주업체 매출이 80~90%가량 빠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인건비 상승, 내수 침체로 위기를 맞은 외식 등 자영업자들은 이처럼 최근 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생사기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 2월 -3.5%(이하 전월 대비), 3월 -4.4%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3월 감소폭 4.4%는 서비스업 생산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숙박·음식점업이 17.7%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해 자영업 대출 증가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을 옥죄는 낡은 규제들을 손보는 일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기인 것이다. 한 자영업 커뮤니티에 누군가 남긴 ‘전생에 지은 죄가 많은 사람이 식당을 하나 보다’라는 자조 섞인 댓글을 보지 않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