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12조2000억원 규모로 30일 국회에서 확정됐다. 당초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하기 위해 마련했던 추경안 7조6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 증액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 현금이나 신용·체크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지자체 선불카드 등의 방식으로 지급된다.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함에 따라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90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3차 추경을 편성하면 10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사회적 연대 실현과 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자발적 기부를 촉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지만, 위험수위에 접근한 재정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한 재원은 총 14조3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지방비 2조1000억원을 제외한 12조2000억원을 이번 추경으로 충당키로 했다. 정부는 12조2000억원 가운데 8조8000억원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3조4000억원은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올해 총지출은 531조1000억원으로 늘어나 지난해 본예산(469조6000억원)에 비해 61조5000억원(13.1%) 증가하게 됐다. 반면 올해 정부 총수입은 48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476조1000억원) 대비 6조1000억원(1.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이 차액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차감한 통합재정수지는 이번 2차 추경으로 48조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할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며, GDP 대비 적자비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3.5%) 이후 22년만의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해 실질적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9조4000억원(GDP 대비 4.5%)으로 늘어나게 된다.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이며, GDP 대비 적자비율은 사상 최고치였던 외환위기 당시 1998년(4.6%) 수준에 접근하게 된다. 재난지원금 기부 바람이 분다 하더라도 위험수위에 근접한 재정악화를 막기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재정적자는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는 이번 2차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819조원으로 늘어나 GDP의 41.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본예산의 740조8000억원(GDP의 37.1%) 대비 금액으로는 78조2000억원, GDP 대비 채무비율은 4.3%포인트 급증하는 것이다. 국가채무 총량은 물론 GDP 대비 비율 모두 사상 최고치다.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는 것이다.
이처럼 늘어난 국가부채는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누적되게 된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지만, 재정확대로 적자가 누적되면 위기에 몰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이 겹쳐 2030년대 중반 이후엔 재정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미증유의 전염병 사태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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