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형제의 난’ 재점화 우려
신동빈 원톱체제 영향 없을듯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또 다시 일본 롯데 경영권 탈환에 대한 의욕을 내보였다.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이 타계한 지 석달여만에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되살린 것이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이어서 그 배경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오는 6일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해달라는 내용의 주주 제안을 하기로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10월 국정농단·경영비리 관련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롯데그룹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며 이에 따른 책임을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안건이 부결될 경우 일본회사법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신 전 부회장이 형제간 갈등을 촉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월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이후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6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안건을 상정했으나 모두 부결돼 경영 복귀에 실패했다.
일본과 한국 법정은 이미 신 전 부회장의 해임과 관련한 소송에서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일본 도코 고등법원은 2018년 10월 신 전 부회장이 롯데·롯데상사·롯데물산·롯데부동산 등 4개 계열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경영자로서의 적격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 고등법원도 작년 1월 한국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의 이사직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재판에서 “경영자로서 회사가 업무를 집행하는데 장애가 될 객관적 상황을 발생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해임이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지난해 6 대법원은 신 전 부회장의 상고를 기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신 전 부회장은 지속적으로 경영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주목을 끌어 경영복귀에 나서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이사 연임안은 통과된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은 이전 몇 차례의 이사회에서 연이어 부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작은 소동’으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롯데가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사실상 신동빈 회장 ‘원톱 체제’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지주 지분율 11.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롯데그룹 계열사 등 우호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45.3%에 이른다. 반면 신동주 회장의 지분율은 0.2%에 불과하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지난 5년간 수차례 주총에서 동일 안건을 제안하고 있지만 주주와 임직원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의도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