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전자기기 구매시 일정금액 지원’ 장학금 안내에 학생들 ‘혼란’
발뺀 교육부 “등록금, 대학의 長이 정하는 것…일률적 案제시 불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 203개 대 2만1784명 참여 ‘등록금 반환 및 대학생 경제대책 설문조사’ 결과 전달 기자회견에서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 회원들이 등록금 반환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에 나서면서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과 등록금 반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 수강용 전자 기기 구입 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는 특별 장학금 지원에 나섰다가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등록금은 학교의 장(長)이 정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9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 14~19일 전국 203개 대, 학생 2만17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9.2%가 ‘코로나19 관련 2020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 이유로 82%(1만7692명)가 ‘낮은 원격 수업(온라인 강의)의 질(質)’을 꼽았다.
연세대 기계공학과에 다니는 강모(26) 씨는 “새로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드신 교수님 수업은 (비대면)수업 퀄리티가 확실히 떨어져서 등록금이 아깝긴 하다”며 “등록금 산출 기준도 학교에서 오프라인을 전제로 만든 기준인데, 충족이 안 되면 당연히 반환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는 온라인 강의 인프라 구축 등으로 등록금이 사용됐다고 설명한다”면서도 “이런 긴급 상황에서 그런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건 아니라 생각해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연세대는 비대면(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전자 기기 구입 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는 ‘지원 장학금’ 관련 내용을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보내 논란이 일었다. 연세대는 지난 27일 학생들에게 휴학생과 수료생 등을 제외한 선착순 1200명을 대상으로 구매한 노트북·태블릿·휴대용 모니터 구매가에 따라 ▷100만원 이상→30만원 지급 ▷100만원 미만~40만원 이상→20만원 지급 ▷40만원 미만→10만원의 지원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비대면·온라인강의 수강 지원장학금 지급 안내’ 이메일을 보냈다.
이 같은 안내에 학생들은 ‘선착순 장학금이 어디 있나’, ‘온라인 개강 학기 중간에 주는 것은 등록금 반환을 안 하려는 꼼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권순주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선착순이라고 해도 예고된 선착순이 아니었고 실질적으로 이미 온라인 강의 진행 후 기간이 많이 지난 시점에 안내가 됐다”며 “명분은 온라인 강의로 학습에 필요한 기기들을 사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거라고 하지만 상품 내용도 100만원 이상이면 일정 금액 지원 등 정말 돈이 없어서 온라인 강의를 수업을 듣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조치였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원 장학금이 총학 차원에서 등록금 반환 협상을 함에 있어 유의미한 논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라며 “향후 있을 등록금 반환 재협상에서도 계속해서 등록금 반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연세대 관계자는 “4월 초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며 IT 기기에 대해 열악한 학생들을 돕는 차원에서 순수하게 지원의 의미로 준비했던 것이 재원 마련 등 시간이 밀리면서 등록금 반환이랑 맞물려 오해가 생긴 상황”이라며 “지원 장학금이라는 단어도 충분한 설명 없이 이메일 하나로 전달하게 돼 이러한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 등록금 반환 무마와 관련 없이 학생들을 도우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학가의 ‘등록금 반환 목소리’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등록금은 대학의 장이 정하는 것”이라며 “대학마다 사정이 달라 교육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권고안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교육부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해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교육부, 대학,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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