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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설치 형편 안돼 2G폰뿐”…“손주 없이는 스마트폰 못해”
갈수록 심해지는 디지털 격차
60대 이상 28.7%만 인터넷 사용
일부 노인, 도움 없인 이용 못해
소득 400만원이하 취약층 가구
디지털기기 사용, 남의 나라 얘기
농어촌 주민 절반만 앱사용 가능

#1. 경기 부천시에 사는 오필옥(80) 씨는 손자에게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거는 걸 배우는 데에만 한 달 이상 걸렸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손자는 지방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기숙사에 들어갔다. 오 씨는 “알려줄 사람도 없고 (손자가 올)방학 때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요란하게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도 오 씨에게는 소음일 뿐이다.

#2.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김모(73) 씨는 수년째 ‘2G 폴더폰’을 쓰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한 지도 5년째에 불과하다. 같이 살던 아들(37)이 5년 전 결혼하면서 부천으로 ‘인터넷을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도 TV에서 나오는 ‘뉴스’로만 알고 있어, 구체적인 동선은 모른다. 김 씨는 “휴대폰으로는 오는 문자만 확인하고 있다. 누가 어디를 다녀갔나 이런 거는 모른다”며 “전화도 아들한테 오는 것 말고는 쓸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3. 경북 상주시 수봉1리는 57가구가 모여사는 마을이다. 50대가 가장 젊은 층으로 70~80대가 가장 많다. 이옥배(66) 수봉1리 이장은 “마을 노인들이 대부분 컴퓨터나 인터넷 등을 사용할지 모른다. 컴퓨터가 있는 집도 많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도 TV 뉴스를 통해 접할 때가 대부분이다. 이 이장은 “정부에서 컴퓨터 등을 배우러 오라고 하면, 시간이 없어서 가겠다는 사람이 있겠나”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세대·빈부·지역 간 ‘디지털 격차’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확진자 동선 정보, 마스크 구매처 등이 실시간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 취약한 상당수의 국민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적시에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노인 ‘도움 없이’ 정보 접근 못해…“디지털 코디네이터 필요”=오 씨처럼 상당수 노인은 스마트폰 사용을 ‘전화’ 또는 ‘문자’에 국한 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경우 28.7%만 ‘인터넷 연결 및 사용이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스마트폰의 경우 29.2%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일반 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70대 이상과 60~70대는 각각 35.7%, 73.6%에 불과하다.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노인들의 경우 앱을 포함한 기술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선 그 자체만 있으면 안 된다. 앱 사용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 물어 볼 수 있다던지, 거꾸로 연락을 해서 도와드릴 게 없는지, 혹은 그 외 오프라인으로 필요한 정보를 같이 제공해드렸을 때 가장 효과성이 있다”며 “중간에 도와줄 수 있는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빈부 간 정보격차…쪽방촌 등에서는 ‘인터넷’은 남의 나라 얘기=지난 9일 고3과 중3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을 때 아이들간 ‘정보 격차’가 ‘학력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어떤 집은 컴퓨터가 가정에 여러 대 있고, 스마트폰에다 태블릿 PC까지 갖춰져 있는 반면 컴퓨터 한 대로 온가족이 돌아가며 사용하는 집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과기정통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는 인터넷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평균 가구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경우 인터넷 이용률이 96.5%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100만원 미만은 45.1%로 가장 낮다. 의무교육 대상인 아동·청소년의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도 열려 있지만 아이가 없는 저소득층의 경우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최모(70) 씨는 2G폰을 보여주며 “스마트폰이 뭐냐, 여기는 카드 단말기도 설치가 안 돼 있는 동네다. 코로나에 걸리면 끝이다”라고 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본부 상임 활동가는 “노트북 등 장비적인 지원을 제외하고라도, 이번에 재난지원금을 지원 받을 때 핸드폰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하고 주로 쓰는 이메일 인증까지 해야 한다”며 “이메일은 연령이 높거나 정보통신 기기를 자주 안 쓰는 분들은 사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주소가 없는 분들이 많다. 그러면 신청을 못 한다”고 했다.

▶지역간 격차도 문제…농촌에서는 마을 이장에 의존하는 경우 많아=도시와 농촌간 디지털 격차도 크다. 과기정통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농어민들의 인터넷 이용률은 73.1%다. 일반가구의 인터넷 이용률인 93.3%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농어민 중 필요한 앱 등을 설치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49.5%에 불과하다. 전북 진안군 상막리의 김금석 이장은 “당국에서 중요한 내용들이 오면 이장을 통해 마을 회관에서 스피커로 공지한다”며 “광케이블망이 깔려 있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박병국·박상현 기자, 신주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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