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폭발 사실 알고서도 긴급사태 선언 제언 안해
“과학이 정치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일본 아베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최근 감염 확산사태를 부추겼다는 국내외적 비난에 휩싸인 가운데, 정치권력에 눈치를 본 전문가들이 발병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지 않았고 이로인해 전염병 대응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선임고문인 시부야 겐지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는 18일 일본 주간지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이 정치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며 이는 큰 문제”라며서 일본 정부가 구성한 전문가 회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달 1일 회의가 열렸을 당시에 구성원들은 도쿄가 감염 폭발 초기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면서도 긴급사태 선언 선포를 제언하는 대신 ‘오버슈트(감염의 폭발적 증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결국 긴급사태 선언이 일주일 가량 늦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문가 회의에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위기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소신있게 전달할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시부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자신만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을 예로 들며 “그런 인물이 지금 일본 전문가 회의에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의 혼란을 피하겠다며 대상자를 압축해 검사한 일본 보건 당국의 대응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검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감염 사태가 더욱 확산됐고, 결국 당초 피하려고 했던 의료 붕괴가 더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또한 시부야 교수는 현재 일본 정부가 내린 긴급 선언으로는 감염 폭발 사태를 막기 힘들며, 도시 봉쇄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처럼 음식점을 열어 놓은 채로 재택근무도 진전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 감염 폭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록다운 같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