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포기” 중론

딜 완주 위해 산은 조건변경 필요

코로나 반영 차입금 상환연기 유력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잡음…고심 깊어지는 산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사상 최악의 상황에 금호그룹의 라임자산운용 투자 손실까지 드러난 탓이다.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앓는 소리에도 인수조건 변경에 완고한 입장이지만 딜 완주를 위해선 마냥 손 놓고 볼 순 없는 상황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변경에 대한 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영향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계속해서 인수 완료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제라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시기를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 부담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조5000억원이라는 인수금 투입은 시작에 불과하다. 실적 자체를 내기 어려운 상태에 차입금 상환 부담까지 커지면서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HDC현대산업개발까지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SPA 체결 3개월 만에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인수 조건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대로 둘 경우 딜 완주가 어렵다는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변경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는 산은 등이 빌려준 차입금 상환 연기 등이 조건 변경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하는 한편 크레디트라인(한도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 보증신용장(LC) 3000억원을 제공해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영구채 금리가 연 7%에 이르는 등 부담으로 작용함에 따라 계약 체결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상환부터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7일로 예정된 유상증자 납입일을 연기하는 등 인수 측의 녹록지 않은 상황을 전했다. 산은 등 채권단도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국면을 반영해 상환 연기 등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조건 변경으로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산은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다만 누가 봐도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인수 포기를 발표해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조건 변경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