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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국회의원 후보 선택

며칠 후면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이뤄지는 총선이라 제대로 된 후보를 선택할 만한 겨를이 있을지 염려스럽다. 코로나19는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하지만 한번 잘못 선택한 국회의원은 4년이나 참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 고통의 강도가 더 클 수도 있고, 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총선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된 후보를 뽑는 일에 국민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공무원으로 일할 때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국회의원이나 시의원과 같이 선출직들과의 관계다. 선출직과의 관계가 좋으면 유능한 공무원으로 인정받기가 쉬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선출직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내 경험이다. 이유야 많겠지만 공무원의 입장에서만 보면 선출직들의 행태가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직급이 낮은 공무원이 선출직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설명하는 것을 매우 불쾌해해서 정책에 대한 설명 자체를 듣지 않으려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국 고위직이 사과를 해야 하는데 선출직이 왜 직급을 구분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분명히 선거할 때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겠다고 말하면서 유권자들에 지지를 호소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당선이 되면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또 다른 하나는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선출직으로 인해 갈등이 일어난다. 국정감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의원들만 질의를 하고 답변도 하지 못 하게 하거나, 답변을 하는 경우에도 중간에 잘라버리거나 막무가내식으로 호통치는 행태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인 토론과 협상이라는 과정을 무시해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무원 시절 선출직과 관계를 좋게 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의원이 질문을 하는 경우 무조건 “의원님의 말이 옳다”라고 하고, 실천이 어려운 사안이라도 “적극 검토해보겠다”라고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의원이 질의하는데 추진이 어렵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지적받는 것을 가장 기분 나빠 한다는 것이다. 나도 무조건 의원의 말에 순응하려는 노력을 하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스스로 자괴감이 들 때가 많았다. 격렬한 논쟁을 통해 국민을 위한 좋은 대안을 찾는 그런 선출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봤던 기억이 난다.

민주주의는 다수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비록 소수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말 없는 다수가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행정을 담당했던 공무원으로서 바람직한 국회의원은 일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는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선택되면 좋겠다. 논리도 없이 큰 소리로 윽박지르고, 또박또박 대답하면 국민의 대표를 무시한다는 말을 하고, 직급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국회의원은 뽑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막중한 자리라는 책임의식과 국민에 대한 의무감을 가지는 국회의원을 뽑는 말 없는 다수였으면 좋겠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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