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직격탄
정상가동 중인 터키 공장도 불안
“부품공급 차질땐 완성차 생산불가”
현대차가 미국·유럽에 이어 인도 공장의 문을 닫은 가운데 러시아 공장까지 생산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글로벌 ‘셧다운’ 상황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 정상 조업 중인 멕시코(기아차)·터키(현대차) 공장까지 가동을 멈추면 글로벌 생산기지는 ‘올스톱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금명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의 가동 중단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대국민담화에서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늦추기 위해 오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유급 휴무 기간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현지 공장의 운영 일정은 러시아 정부 방침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셧다운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지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로선 셧다운 조치는 이쉬울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2월 러시아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한 총 1만436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총 17만8809대로 러시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AvtoVAZ·36만2356대)와 기아차(22만5901대)에 이어 세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터키 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확진자와 사망자가 꾸준히 늘고 있고, 보건 당국이 재택근무 확대 권고에 이어 대규모 행사와 밀집지역 출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체코와 터키 공장이 모두 가동을 멈추면 유럽 전략 역시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가별 국경 폐쇄에 따른 운송로 단절 역시 가동률 저하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자동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폴란드의 경우 국경에서 50㎞까지 이동을 선택적으로 허용했지만, 27일 0시부터 전면 통제를 시행될 예정”이라며 “예외규정 없이 국경이 전부 폐쇄되면 협력사의 부품 공급이 막혀 완성차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5월부터 시작하는 신차 프로젝트”라며 “이에 필요한 700명 규모의 출장자 입국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현지 협력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계가 예상한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 전망치는 기존 731만대보다 4.7% 줄어든 약 697만대다. 현대차가 약 5.7% 감소한 422만대, 기아차가 약 3.1% 줄어든 274만대로 추정된다. 온라인을 통한 신차 출시 사이클이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