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환자 많은 곳에서 집단감염, 증상 표현 못한 것 복합 작용"
대구시 달성군 대실요양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25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사망자 중 27%가 치매 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치매환자가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치매 환자가 많았던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환경적 요인과, 치매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도 잘 인지하지 못해 뒤늦게 발견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4일 현재 사망자 124명 중 치매환자가 34명으로 전체 사망자 중 27.4% 정도를 차지한다. 사망자 3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인 셈이다.
치매 환자 중 사망자가 많은 이유로는 우선 요양병원처럼 치매 환자가 많은 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청도 대남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는 고령의 치매 환자가 많이 입소해 있는데 여기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도 영향을 줬다. 치매는 80세 이상에서 발병 위험이 높은데 코로나19 사망자의 43.3%는 80세 이상이다. 전체 평균 치명률이 1.33%인 반면, 80세 이상 치명률은 12.97%로 높다.
치매 환자가 일반적으로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증상이 나타나도 표현을 하지 못한 것도 중증으로 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 교수는 “치매 환자는 증상을 느끼거나 그 표현에 있어 일반 사람보다 늦거나 떨어질 수 있다”며 “이것이 중증으로 갈 때까지 방치되면서 치명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흥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매 환자의 경우 치매뿐만 아니라 다른 지병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사망률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치매라는 질환 자체가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다는 의학적 증거는 적다.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중추 신경계를 침범해 손상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아주 드물게 있을 뿐 명확한 증거는 없다”며 “치매가 고혈압, 당뇨병, 또는 암에 비해 특별히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한 질환인가는 비교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지만 그럴만한 생물학적 원인은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흥정 교수도 “코로나19는 주로 호흡기나 소화기관 문제와 관련이 있다”며 “뇌의 기능이나 신경계 이상이 코로나19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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