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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지숙의 현장에서] ‘코로나 이중잣대’ 오해 없게 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러 공개발언에서 언제부턴가 단골멘트 하나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과잉 대응이 늑장 대응 보다 낫다’는 게 철칙이란 말. 두 달 전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법을 선보이고, 한 달 전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집회시위대를 향해 확성기를 들이댄 박 시장에게선 일관되고 일리 있는 ‘과잉 대응’이 보였다. 메르스사태 때 정부 대응보다 먼저 치고 나가 시민의 환영을 받던 때를 연상케 했다.

그로부터 한 달, 워낙 미증유의 시국이어서일까. 박 시장에게서 예의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보단 중앙정부를 뒤에서 따르고 강력 주문과 촉구의 말 대신 자제와 권고, 당부의 말로 한층 수위가 낮아졌다.

그 와중에 시가 ‘선별적 과잉 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도 받는다. 신천지, 보수집회, 서울제일사랑교회에 대한 조치에서다. 서울시가 23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서울제일사랑교회에 다음달 5일까지 집회 금지 행정 명령을 내리자 한국교회언론회 등 개신교 일각에선 교회에 대해서만 공무원이 현장 점검에 나선 것에 불편한 반응이다. 노래방, PC방, 클럽, 콜라텍, 헬스장 등 민간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현장에서 예방수칙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지 살펴보고, 미이행 시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그랬듯 영업중지 등 행정 명령을 발동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신천지와 관련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대규모 집단감염을 일으킨 원죄는 있지만 서울 확진자 330명(23일 기준) 가운데 신천지 관련은 3명뿐으로, 교주와 간부를 살인죄 등 혐의로 고발 조치한 것은 지나친 행정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천지 유관단체 HWPL의 법인 취소를 위해 법 위반사항을 이제야 따지는 것도 시가 그간 마땅히 했어야 할 관리감독을 방기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앞서 광화문광장, 서울역 앞, 서울광장 등에서 야외 집회를 금지한 것도 정치적 계산을 따랐다는 오해를 빚기 딱 좋다. 이들 지역은 노숙자들이 자주 모이는 곳으로, 인근 지역주민이 불안해하므로 시가 노숙자에 대한 방역과 예방 조치도 동시에 발표했더라면 좋았을 터다.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경험 못한 공포 속에서 서울시는 세계적으로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도시 기능을 유지한 채 위기를 극복해가는 카드를 선택했다. 도시의 봉쇄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를 택했다. 그래서인지 박 시장은 요사이 ‘시민이 백신’ ‘시민만 믿고 나가겠다’ 등의 표현을 자주 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하는 말들이다. 그럴려면 먼저 시가 코로나19 조치에서 불필요하게 ‘이중잣대’란 오해를 사지 않아야한다. 그래야 모든 시민이 믿고 따를 수 있다. 특정 집단이나 특정 시설에 대한 조치가 아닌, 미국처럼 ‘10명 이상 모임 금지’ 같은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원칙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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