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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종구 초당대 총장]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

이달 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규제 혁신 1호 법안’인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혁신 성장의 싹이 잘려 나갔다.

경제의 정치화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면서 과거로 역주행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혁신이야말로 고여 있는 저수지의 물꼬를 트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라는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논리에 휘말려 개정안이 무산됐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을 34%까지 허용하는 개정안이 좌초되면서 케이뱅크의 정상화는 불투명해졌다.

‘타다 금지법’ 통과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여야 정치권의 합작품이다. 타다는 사업을 접기로 했다. 소비자 170만명의 선택권이 박탈되고, 타다 기사 1만2000명이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정부는 “플랫폼운송업을 제도화하고 택시업계와 상생을 도모하는 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의 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원격 의료도 비슷한 처지다. 20년째 시범 사업만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 디지털 헬스케어 국제자유특구가 지정됐지만 의료계 눈치만 보고 있다.

반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중국은 알리페이의 애플리케이션 알리헬스를 이용해 의사 2000여명이 매일 환자 10만명을 원격 진료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경제를 망치는 것은 늘 정치”라고 강조한다. 유권자 표심을 얻고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정책 결정을 좌우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장기간 흑인의 인권과 투표권이 제한된 것은 백인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행위였다.

뒤늦게 민권법과 투표권법이 제정된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인권운동으로 정치 지형이 변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민당이 농촌에 과잉 투자한 것은 장기 집권을 위한 정치적 계산이었다. 토건족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건설에 대한 열망이 무모한 국토 개발을 초래했다.

정치 양극화가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보수와 진보 세력 간 불신과 갈등이 커지면서 지지 세력만 쳐다보는 당파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이 부진한 배경에는 공고해진 당파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500대 기업 대상 규제 개혁 체감도 조사에서 체감도가 낮은 주요 요인으로 반기업 정서가 지적됐다. 경제 정의를 우선시하는 진보적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규제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동 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시급하지만 민주노총 같은 이해집단의 조직적 저항으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재정만능주의도 정치와 관련이 깊다. “예비 타당성조사가 정치가 돼 버렸다”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국가가 무한 책임을 지는 보모국가론은 자칫 재정방만주의와 과도한 재정 적자로 흐를 수 있다. 지난해 5년 만에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것은 확장적 재정 운용에 적신호가 울린 셈이다. 올해부터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된다. 인구 감소 시대의 재정 정책은 새로운 발상과 접근을 필요로 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정치인의 경제적 파이 독식을 경제의 정치화 현상의 주범으로 지적했다. 정치 권력 과점이 경제적 편익 과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치열한 정쟁이 우리나라를 ‘1인 1표 사회’에서 ‘1원 1표 사회’로 변질시켰다. ‘국회선진화법’에도 타협의 정치 대신 거부민주주의(vetocracy)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포퓰리즘적 자원 배분 왜곡도 심각하다.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이 대표적이다. 정치가 선진화돼야 ‘이익의 사유화·편익의 사회화’가 최소화될 수 있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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