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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은 인간성 시험…맞서 이기는 힘은 사회적 신뢰”[‘코로나19’ 벌써 두 달]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장 인터뷰
“누군가를 숨게 해 서로 위험해지는 상황 막아야 하는 시기”
“노인·아이에 관심…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도 보듬어야”

백종우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2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제공]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박지영 수습기자] “재난은 인간성을 시험합니다. 재난에 맞서 이기는 힘은 이 같은 인간성이 누적된 사회적 신뢰에 기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챙겨야 하는 것이죠.”

백종우 대한정신건강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2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전국에 널리 확산된 요즘과 관련, 백 위원장은 “국민 모두의 마음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며 “바이러스와 싸워야 할 시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이를 통해 누군가를 숨게 만들어 서로 위험해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백 위원장은 “각종 걱정스러운 뉴스가 쏟아지면서 스트레스가 누적돼 소화 불량, 두통, 불면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고 해도 연락은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집에서라도 창문을 열고 햇볕을 받으면서 간단히 운동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느끼는 불안, 우울, 분노 반응이 ‘감염재난’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정상적인 반응임을 인지할 필요도 있다. 그는 “분노가 잘못된 걸 바꾸는 에너지가 될 수 있고, 우울을 통해 새롭게 목표를 수정할 수도 있다”며 “대부분 국민이 영향을 받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깨끗이 좋아진다. 결국 재난에 대한 우울, 불안, 분노는 정상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이 혼란한 시기,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백 위원장은 “대표적으로 기존에 치료를 받던 분들만 해도, 몇몇 분은 최근 불안감에 병원에 못 올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며 “하지만 이렇게 치료가 중단되면 위험하다. 기존에 치료하시던 분들은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서 방황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위험군인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노인은 이 같은 시기에 고립과 격리에 더 취약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어린이는 외출이 자제되거나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답답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의 언어로 반복해서 설명해 주고, 아이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해줘야 한다. 아이들이 짜증을 내고 가짜 뉴스를 보고 옮겨도 꾸짖거나 탓하기보다는 설명해 줘야 한다”며 “방역진에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고, 공감을 통해 재난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하는지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확진자와 사망자, 격리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백 위원장은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특수 상황에 따라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 ‘애도’의 과정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생략되는 것”이라며 “본래 지병이 있고 정상적인 장례 절차를 거치면 그래도 마음에 위안이 되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의 경우 시신에 접근도 못한다. 이는 유가족의 고통을 크게 만드는 요인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와 환자가 될 걱정을 하는 자가 격리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백 위원장은 “본인의 건강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옮겼으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과 옮겼다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 죄책감 등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며 “그래서 이중고를 겪는다. 정신과 의사들과 일대일로 매칭해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해외 연구를 보면 자가 격리됐던 사람 가운데 ‘이타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후유증이 없다고 한다. 나를 위해서, 내 주변의 가족과 사회를 위해서, 격리로 인한 고통스러운 기간을 참자고 마음 먹은 분들이 가장 빨리 회복한다는 이야기”라며 “물론 이를 위해서는 주변의 응원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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