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최강자 TSMC 추월 포석
김기남 “기술력 뒤지지 않아” 승부수
대규모 고성능컴퓨팅·설계 인프라 투입
올초 실무 전담조직 'DIT센터'도 신설
이재용 “역사는 만들어 가는 것’ 자신감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삼성전자가 기흥에 DS(디바이스솔루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반도체 ‘생산’ 뿐 아니라 ‘설계’에서도 강력한 IT시스템을 구축해 10년 내 종합반도체 1위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반도체 시황에 대한 L자형 불황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이재용식(式) 중장기 초격차 전략이 투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종합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서 대형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퀄컴(5G칩)과 IBM(서버용CPU), 인텔(데스크톱용 CPU), 중국의 바이두(AI칩) 등 IT 큰손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절대강자인 대만의 TSMC를 넘기 위해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작년 4분기 기준 파운드리 세계 점유율은 TSMC가 52.7%로, 삼성전자(17.8%)와 3배 가량 격차를 보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흥 DS데이터센터를 통해 칩 ‘설계’ 기술력을 향상시켜 인공지능(AI)과 5G(5세대 이동통신),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IoT(사물인터넷) 등 고도화된 칩 생산을 요구하는 팹리스(반도체 라인 없이 설계를 전문 업체) 업체의 요구를 충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데이터센터를 삼성SDS에 맡기지 않고 독자적으로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전문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DS사업부문장) 역시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첨단공정 리더십으로 파운드리를 발전시키겠다”며 “파운드리 에코 시스템 강화, 생산능력 확대와 생산효율 극대화, 고객 다변화를 통해 성장 기반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TSMC와의 경쟁 전략에 대해서는 “파운드리 사업은 첨단 로직에서 결정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대만 회사(TSMC)에 비해 뒤지지 않고 있고 실제 최근에 많은 고객들이 저희 쪽으로 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이 이번에 건설하는 DS데이터센터는 특히 다품종·소량생산이 특징인 파운드리 사업에서 다양한 실험과 협업이 이뤄지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DS데이터센터에는 삼성의 반도체 기술 데이터와 전산시스템은 물론 기존 컴퓨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대용량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고성능컴퓨팅(HPC)과 칩 디자인(설계) 인프라가 대거 설치될 예정이다. 따라서 반도체 인력들은 데이터센터에 접속해 ‘칩 열 시뮬레이션’ 등 반도체 설계를 최적화할 수 있는 각종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올 초 DS부문 산하에 전담 실무조직인 DIT(Data&Information Technology)센터를 신설했다. 센터장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연구센터장을 지낸 심은수 전무가 임명됐다. DIT센터는 DS부문 비즈니스 전략에 따른 IT로드맵을 수행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또 DS데이터센터 건설은 코로나19로 장기불황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이재용식 초격차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의미도 갖는다. 이 부회장은 올해에만 두번 파운드리사업장인 화성을 찾아 ‘2030 반도체 비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지난해 우리는 이 자리에 시스템반도체 세계 1등의 비전을 심었다. 이곳에서 만드는 작은 반도체에 인류사회 공헌이라는 꿈이 담길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