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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대근의 현장에서] 갈수록 쌓이는 부동산 규제 피로감

“잘하고 있다”(19%) vs “못하고 있다”(54%)

3월 초 한국갤럽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평가를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일반화는 다소 성급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전문가들과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 여론과 크게 어긋난 결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이후 두 달 만에 나온 2·20 대책 등으로 최근 들어 국민의 ‘부동산 규제 피로감’은 더욱 쌓이고 있다.

여기에다 오는 13일부터는 부동산 거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국에서 6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조정 대상지역은 3억원 이상 주택도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이상 주택은 조건이 더 까다로워진다. 예금잔액 증명서, 소득금액 증명원 등 15종 이상의 증빙자료를 첨부하게 했다. 기존에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이후 관계당국에서 소명을 요구할 경우에만 자료를 제출했지만 아예 의무 규정으로 못박았다. 계획서나 증빙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될 예정이다.

당장 시장에서는 “사실상 주택거래 허가제”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친척이나 지인 사이에 이뤄진 차용증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서류 증빙도 힘들고 소명하기도 껄끄러워서 아예 주택거래를 포기하는 수요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난 12·16 대책에서 예고됐던 내용 중 하나로, 새롭게 추가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시장투명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시기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은 찬반 양측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택시장뿐 아니라 모든 경제 시스템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성급한 시행으로 편법 등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관련, 축의금이나 부의금 등 일부 항목에 대해 정부 측은 증여인지, 본인 소득인지 여전히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했다. 이로 인한 현장의 혼란이나 추가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는 철저히 차단한다는 대원칙에 어떤 타협이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며 ‘집값 잡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금리 인하를 비롯해 소비세 인하와 국채 매입 등 총체적인 경제 살리기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한국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부동산 등 여론 관심이 높은 곳의 정책에만 몰입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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