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대구신천지 관련 확진자들의 폭증으로 걷잡을 수 없어 보이던 코로나19 확산세가 한 풀 수그러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구 신천지 교인들의 유증상 검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감염 확산의 큰 줄기는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안도감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산발적인 지역감염을 확실하게 차단해야 또 다를 화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는 이날 오전 0시에 비해 293명 증가했다. 전날 오후 4시에 비해선 435명 순증가한 수치이다. 오후 4시 기준 일별 신규 확진자 증가폭은 지난달 29일 813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1일 586명, 2일 599명, 3일 851명, 4일 435명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감했다고 아직까지 섣부른 안도감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대구지역 신천지교회 유증상 신도들의 검사결과가 마무리되서 어느정도 큰 불줄기는 잡았지만 대구의 일반시민 확진자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잔불’이 불쏘시개가 되어 다시 ‘큰불’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대구의 일반시민들에 대한 검사에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까지의 확진자 데이터를 보면 대구지역의 확진자 분포도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0시 기준 대구지역 총 확진자 수는 4006명으로 전날보다 405명 증가했는데 3일 0시와 비교했을 때 대구 신천지교회 확진자 수는 200명이 증가한 가운데 시민 확진자는 205명 늘었다. 또 전날 같은 시간에는 각각 신규 확진자 수가 247명, 273명으로 시민 확진자 수가 신도 확진자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데이터상으로만 보면 대구지역 신규 감염자 ‘중심축’이 신천지교회에서 지역사회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수치이다.
정은경 본부장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4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신천지 교회)신도들의 검사가 많이 진행돼 전반적으로 확진자 수가 줄고 있는 양상”이라며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다른 시도들, 대구 내 다른 사례(일반시민 감염)가 어떤 (감염) 경로로 이뤄진 것인지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신천지대구교회와 명확한 연관성이 파악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들이 지역사회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이제부터는 신천지교회 밖에서 발생한 환자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신천지교회와 무관한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학조사가 진행되면서 확진자 규모가 수십명으로 늘어난 사례도 있다.
집단감염 발생 장소는 교회,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다양하다. 충남에서는 줌바댄스 교습이 있었던 천안의 운동시설을 중심으로 8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부산 온천교회에서는 33명이 감염됐고, 은평성모병원 관련해서는 14명, 칠곡밀알사랑의집 관련 2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에서는 한 아파트에서 12명이 무더기 감염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규모 집단감염은 명단이 확보된 신천지교회와 달리 감염원은 물론 접촉자 파악이 어려워 방역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신천지가 아닌 교회, 병원, 요양원 같은 집단생활 시설이 지역사회 감염의 불씨로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신천지가 아닌 ‘일반’ 감염자들이 앞으로 1∼2주 국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앙방역대책본부도 당분간은 가능한 한 모든 모임과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교수)은 “신천지가 아닌 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또 다른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본인 스스로 잠재적 감염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 사람을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