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소수의견’ 조희대 대법관 퇴임
조희대 대법관. [연합]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개진하며 ‘원칙론자’로 꼽혔던 조희대(63·사법연수원 13기·사진) 대법관이 3일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대법원은 이날 간략하게 퇴임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사태 여파를 고려해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겠다는 조 대법관의 의사에 따라 취소했다.

조 대법관 후임으로 4일 취임하는 노태악(58·16기) 대법관 역시 취임식을 생략하고 바로 업무를 시작하기로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조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현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 수는 7명으로 늘어나 13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 과반을 넘어섰다.

조 대법관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청와대가 특검에 제출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무죄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다.

이밖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도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를 심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조치가 부당하다는 판결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사료로 사실을 왜곡했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한 부장판사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법 문언의 의미를 중시한 원칙론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조 대법관은 대기업 사건 상고심과도 인연이 깊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국정농단 사태 때 뇌물을 건넨 혐의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대구 법원장 재직 시절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을 작성하자’는 연구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좌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