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0일, 15개월만 반등에 초강력 악재
조업일수 3일 증가에 12.4%↑…일 평균 9.3%↓
[헤럴드 경제=배문숙 기자]15개월만에 반등을 노리던 우리 수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강력 악재를 만나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달 중순까지 수출 증감률은 두자릿수 증가로 플러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1일 평균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수출입이 타격을 입으면서 전체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6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29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하순까지 플러스 기조가 유지된다면 15개월만에 반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달 중순까지 조업일수(15.5일)가 작년 동기(12.5일)보다 3일이나 많았기 때문에, 1일평균 수출액은 오히려 9.3% 줄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15.4%), 자동차 부품(40.6%), 무선통신기기(8.2%) 등의 수출은 늘었지만 석유제품(-4.1%), 승용차(-0.1%), 선박(-29.0%)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 수출은 미국(24.2%), 베트남(19.8%), EU(12.8%), 일본(7.1%) 등 주요국에서는 증가한 반면 코로나19 발생국인 중국(-3.7%)과 싱가포르(-26.7%)에서 줄었다. 특히 대(對)중국 수입도 -18.9%나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수출입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당시에도 우리 수출은 잠시 흔들렸지만, 17년새 중국이 글로벌 경제와 분업구조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3%에서 지난해 16.9%로 확대됐고,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 역시 18.1%에서 25.1%로 커졌다.
만약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더욱 확산한다면 한국의 수출회복도 예상보다 지연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보고서 ‘코로나19 사태의 주요국 경제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해 중국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입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현지 부품공장의 조업재개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국내 완성차 공장 역시 가동되고 있지만, 공급이 불안정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부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또 현지 조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나 대체 수입처를 찾는 일 역시 정부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단시일 내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확대 무역전략조정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기업 애로 해소 및 수출지원대책’을 확정했다. 대책에는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무역금융 규모를 원래 계획보다 3조1000억원 많은 260조3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