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계 비례대표, 셀프제명 탈당
호남계 지역구 의원도 탈당 예정
내홍 거듭 孫체제, 1인 원외정당되나
셀프탈당에는 당헌 상 제동 가능성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바른미래당을 태운 ‘파국열차’가 종점을 향해 가고 있다. 작년 4월부터 손학규 대표의 퇴진 문제를 놓고 ‘쩍’ 갈라져 싸운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손 대표의 1인 원외정당이 돼가는 중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고 비례대표 의원 13명 중 9명을 제명했다. 지역구 의원 4명도 곧 탈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의 2018년 2월 출범 당시 의석 수는 30석이다. 2년만에 8석으로 줄어든 셈이다. 지역구 의원들이 탈당하면 4석이다. 남은 의원은 박선숙·박주현·장정숙·채이배 의원이 될 전망인데, 박주현·장정숙 의원은 각각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에서 활동한다. 박선숙 의원은 당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채이배 의원은 자신이 청년 세대와 통합을 시작한 만큼 이를 매듭 짓겠다며 남은 상황이다. 채 의원도 손 대표의 퇴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 사실상 손 대표의 나홀로 정당이 됐다.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친 정당인 만큼, 초기 계파전은 국민의당계(안철수계) 대 바른정당계(유승민계)로 나뉘었다. 작년 4·3 보궐선거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이후 계파전은 손 대표 중심의 당권파(호남계)와 안철수·유승민계 중심의 비당권파(안·유 연합)으로 개편됐다. 결국 바른정당계가 먼저 탈당했고, 이어 안철수계가 탈당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는 한때 손 대표의 우군으로 꼽힌 호남계마저 손 대표를 등지고 탈당하려는 상황인 것이다. 이들은 모두 손 대표의 퇴진을 주장했다. 그럴 때마다 손 대표는 여러 명분으로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는 중 손 대표의 최측근인 이찬열 의원마저 그를 떠났다. 손 대표가 급히 추진하는 ‘호남 3당 합당’ 카드도 지금은 부메랑이 됐다.
손 대표는 현재 ‘호남 3당 합당’ 건도 “지역주의 구태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부정적 입장이다. 이에 호남계 의원들이 “그러면 우리가 나가겠다”며 ‘플랜 B’를 짠 것이다.
이들은 탈당 결심이 어느정도 굳어진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의 발을 풀어주기로 결단했다. 이 덕분에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원직을 들고 국민의당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오는 23일 창당하는 국민의당에는 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등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5명과 지역구 의원인 권은희 의원 등 현역 의원 6명이 함께 할 전망이다. 한때 안철수계로 꼽힌 김중로 의원은 제명 이후 미래통합당에 입당한다.
다만 이들의 제명 처리가 당 차원에서 공식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손 대표가 이들의 제명을 놓고 윤리위원회의 제명 징계가 없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제명된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현행 바른미래당 당헌당규는 정당법 33조에 따라 윤리위원회의 제명 징계 의결과 의원총회의 3분의 2 찬성 절차를 모두 거쳐야만 국회의원인 당원을 제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행위는 당헌당규와 정당법 모두를 위반한 무효행위”라고 했다. 이어 “당적 변경 시 탈당으로 간주,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가 이들의 제명을 인정하지 않을 시 ‘이중 당적’ 논란이 일 수 있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손 대표 측의 제명 절차 적법성에 대한 유권해석 요청을 받았지만, 일단은 당내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