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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투쟁 하자”던 민주노총-한국노총…현장서는 ‘밥그릇’ 놓고 충돌
일자리 탓 벌어진 양대노총 충돌, 올해에도 여전
건설·병원 등 현장 곳곳에서 양대노총 충돌 양상
최근 양대노총 위원장 회동·“공동투쟁” 선언 무색
지난 12일 오전 8시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공사장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인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에 따라 순찰차 7대와 의경을 포함한 경찰관 40여 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공사 현장 밖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신주희 수습기자/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신주희 수습기자] 일자리 문제를 놓고 이어졌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갈등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이 ‘공동투쟁’을 선언한 지 이틀 만인 12일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는 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충돌해 경찰 수십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대 노총 위원장, ‘공동투쟁’ 선언 2일 만에 다시 충돌=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12일 오전 8시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공사장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인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순찰차 7대와 의경을 포함한 경찰관 40여 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공사장 안쪽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건설 노동자 30여 명과 안전 교육을 받던 한국노총 건설 노동자 10여 명이 대치 중이었다.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현장에 투입되기 전 안전 교육을 받는 것을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막으면서 생긴 충돌로, 이미 고용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의 현장 투입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장에서 고용이 됐다”며 “한국노총이 건설 현장에서 안전 교육을 받으려고 했는데 민주노총 측이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안전 교육장을 점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하청업체 측이랑 협의도 없이 현장을 차지하니까 하청업체 측이 마지못해 안전 교육을 받으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충돌은 양대 노총이 연대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10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면담을 하고 “공동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대노총은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 최대 화두인 불평등·양극화, 급속한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에 따른 불안정 노동의 확산,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충돌과 관련해 “지도부에서 충돌을 자제하라고 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줄어들고 현장 노동자들의 생계가 걸려 있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건설·마사회·병원…곳곳에서 양대 노총 충돌=양대 노총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3일 한국노총 전국연합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 노조원 3명은 경남 양산시 동면 사송지구의 한 건설회사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 있는 45m 높이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자신들을 채용하지 않으면 건설장비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공사 현장에 있던 조합원 60여 명 전원이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광주에서도 지난해 10월 15일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 조합원이 광주 북구의 한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한국노총 측은 “민주노총이 현장에서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들만 빼놓고 작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30일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도 역시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 조합원 2명이 “크레인 업체 측이 민주노총 조합원에게만 일감을 주고 자신들에게는 주지 않는다”며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 농성을 했다.

건설 현장 뿐만이 아니다. 현장 곳곳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마사회의 문중원 기수의 죽음을 놓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충돌이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은 한국노총 조합원인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청원경찰 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폭행에 반대하는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충북 충주 건국대 충주병원에서 병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컨설팅 수용 여부를 놓고 양대 노총이 대립했다.

이른바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양대 노총의 충돌이 노조 자체에 대한 여론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양대 노총이)작은 틀에서 싸우기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국민들이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노조가 싸운다고 생각한다. 전체 노동 문제와 국민 모두의 이익이 부합되도록 양대 노총은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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