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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구 앞 벤치엔 담배꽁초 수북…경희궁 방재관리 무방비
숭례문화재 12년…경희궁 가보니
소화기 점검 기록 10월이 마지막
문화재청 아닌 서울시에서 관리
서울 종로구 경희궁의 모습. 쓰러진 펜스가 뒹굴고 있다. 신주희 수습기자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닌데 우려가 크죠. 여기 사람들 많이 지나다니고 잔디도 많아서 담뱃불 같은 것도 위험하고….”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희궁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52)씨는 이 같이 말했다. ‘문화재 방재의 날’인 이날은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화마에 휩싸인 지 정확히 12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경희궁의 입구인 흥화문에는 소화기 2대가 놓여 있었다. 소화기 점검표에 기록된 최종 점검 일자는 모두 ‘2019년 10월 28일’이 마지막이었다. 흥화문 앞 벤치에는 골판지 상자와 빨간색 침낭을 깔고 잠을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벤치 아래 종이컵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지나가던 시민 김모(63) 씨는 “숭례문은 누가 불이 날 줄 알았겠나”며 “방비를 아무리 해도 불을 지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흥화문을 지나 경희궁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발굴조사 시행 지역’이라고 쓰여진 종이가 붙은 그물망 펜스가 쓰러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가로 80m·세로 40m 길이 구역을 둘러싼 해당 펜스는 반 이상이 허물어져 발굴구역 구분도 힘들게 했다.

지난 7일 처음 경희궁을 방문했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기자가 펜스 근처에 다가가도 접근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경희궁 인근에서 30년 거주했다는 70대 주민 A씨는 “안전 점검까지 갈 것도 없고 사업 자체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다 헤집어 놓고 펜스도 다 무너져 있고 그냥 들어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방문한 경복궁, 덕수궁, 보신각 등 서울 시내 주요 문화재들은 화재 대비가 잘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경복궁의 경우 광화문 입구 정문 우측 10m 거리에 소화전과 소화기가 비치돼 있고, 흥례문과 근정문 양쪽으로도 소화전이 있는 등 방재에 철저한 모습이었다. 궁내 동쪽 후미진 곳에 위치한 자선당까지 내용 기한이 충분한 소화기 10대가 비치돼 있기도 했다.

덕수궁 역시 합선 방지를 위해 전선을 플라스틱 보호막으로 감싸거나 함녕전 맞은편에 소화기를 6대 배치하고 침입 감시 시스템을 설치해 24시간 감시하는 등 혹시 모를 사태에 충분히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보신각의 경우 출입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내부 2층에 관리요원이 상주하는 등 진입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 경희궁을 관리하는 서울역사문화박물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확인 결과 소화기 점검 기록이 10월까지만 작성돼 있는 것이 맞다”며 “오늘(10일) 종합정밀검진이 있어 해당 업체가 마침 박물관에 들어와 있어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방재의 경우 소방법과 관련된 사항으로 소방업체에 의뢰를 해 관리를 한다”며 “앞으로도 방재 등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도 “서울 4대궁(경복궁·덕수궁·창경궁·창덕궁)의 경우 문화재청에서 직접 관리를 하지만 경희궁의 경우 그러지 않아 관리에 미비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4대궁의 경우 방재 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기자

박지영·신주희·유동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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