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구진, 환자 1명당 평균 2.2명 감염
영국, 춘제 대이동 감안 3.1명으로 추정
전염성 여부 파악때까지 많은 시간 소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전염성이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마르세유 공항에서 검역원이 중국 우한에서 온 탑승객에 대한 검역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AP] |
신종 코로나 전염성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내 확진자가 급속하게 느는데다 사망자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넘어서면서 실제 신종 코로나의 위험 수준의 객관적 평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영국 랭커스대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의 ‘재생수’(R0)를 3.1명으로 추정했다.
R0는 감염자 1명이 평균 몇 명을 재감염시키는지를 따지는 것으로, 앞서 중국 연구진은 최초 감염자 425명을 조사한 결과 R0가 2.2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계절성 독감(약 1.3명)보다는 높지만 사스(3명)보다는 낮은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임상 및 역학 데이터가 전염성을 추정하기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춘절 연휴 기간 발생한 상당한 인구 이동이 전염성을 높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연구 결과가 당국의 여행 제한이나 다른 통제 조처가 발동되기 이전에 확산 가능성을 평가한 것인 만큼 전염성을 낮게 봤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시턴홀대의 황옌종 글로벌보건센터장 역시 현재 바이러스의 전파 궤적을 따져볼 때 사스보다 전염성을 높이 평가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R0가 1보다 높은데 방지책이 없다면 이론적으로 전 인류에 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R0가 2를 넘으면 전염병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가 얼마나 전염성이 있는지 확실히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 센터장은 매우 제한된 정보 탓에 신종 코로나의 전염성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신종 코로나의 전염성을 놓고 견해는 서로 엇갈리고 있다. 앞서 미국은 신종 코로나가 ‘대유행병’(pandemic)이 될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시다발적’(multiple foci)으로 발생하는 단계라며 미국의 견해와 거리를 뒀다.
다만 하버드 공중보건대의 마크 리프스치 역학 교수는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잘 신종 코로나 발병을 억제하는지에 따라 전염성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WHO에서 긴급 대응팀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라이언 박사는 “신종 코로나가 비교적 쉽게 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 지역사회와 병원들이 적절한 보호장치를 사용해 발병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R0는 정해진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대응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홍역의 경우 R0가 12~18명에 달하지만 널리 사용되는 확실한 백신이 있기 때문에 실제 확산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중국 당국은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NHC)는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우한에서 적절한 치료법과 의료자원이 동원됨에 따라 사망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환자 절반 정도는 잠복기 감염자로부터 전염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니시우라 히로시 일본 홋카이도대 교수(이론역학)는 4일 도쿄 소재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베트남 등에서 발표된 감염자 52명의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감염자 2명 중 1명은 발열 등 증상이 없는 잠복기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전염됐다고 밝혔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