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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국에’ 마스크 사기 속출…‘온라인 떴다방’ 한 곳 피해액만 6000만원
환불·할인 등 범행수법 치밀…사업자등록번호까지 홈피 기재
피해자들 “환불까지 해줘…개인 거래 아닌 사이트여서 당했다”
警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민 불안 악용 사기 범죄에 엄정 대응”
지난 4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 이용객들이 마스크가 든 수레를 운반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사기 아닌데…. 사기꾼이면 나한테 환불도 해 주고 할인도 해 줄 리가 없을 텐데….”

온라인 사이트에서 마스크 2600만원어치를 구매한 유통업자 A 씨는 유튜브에 자신이 마스크를 구매한 사이트가 사기 사이트라는 동영상이 올라온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불안해진 A 씨는 해당 사이트 홍보 글을 온라인 카페에 올린 아이디와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던 사업자 번호 등을 역추적했다. 홍보 글을 올린 아이디가 10개가 넘고, 홈페이지마저 폐쇄된 사실을 알게 되자 A 씨는 그제야 사기임을 실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해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를 틈타 온라인을 통한 마스크 판매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일 국내 최초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마스크 구매를 위해 해당 사이트에 등록된 계좌로 입금한 피해 건수는 26건, 피해 금액은 5690만원을 돌파했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마스크를 판매하는 사이트를 개설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후 카드 결제가 아닌 계좌입금 방식으로 돈을 받아 잠적했다.

이들의 범죄 수법은 치밀했다. 지난 1일 오전 1시께 A 씨는 해당 사이트에 1500원에 올라온 마스크 9000장을 주문하기 위해 1350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마스크 사이즈를 바꾸기 위해 주문을 취소한 후 다른 사이즈로 다시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9000장이었던 주문을 8000장으로 변경했다. 해당 내역을 게시판에 문의하자 사이트 측은 A 씨에게 차액인 150만원을 환불해 줬다.

불안하던 차에 환불을 받은 A 씨는 믿음이 생겼다. A 씨는 추가로 마스크 1만개를 더 주문했다. 그러자 사이트 측은 그날 오후 A 씨에게 100만원을 할인해 주기까지 했다. A 씨는 “원래도 1500만원을 입금할 의사가 있었는데 100만원을 할인해 주겠다잖아요. 기쁜 마음에 1400만원도 바로 입금을 했죠”라고 말했다.

A 씨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도매가가 (마스크 1개당)1800~2000원 정도로 형성돼 있는데, 거기는 1500원에 팔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와서 물건이 동나면 안 되니 급한 마음에 바로 큰 돈을 입금했다”며 “개인 거래도 아닌 사이트기도 하고, 사업자등록번호도 적혀 있고, 통신판매업번호도 클릭해 보니 정부 사이트가 나와서 믿고 입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홈페이지가 허술하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사업을 시작해 보려는 사람인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450만원을 피해 본 무역업자 한모(39) 씨도 사이트까지 만든 치밀함에 속았다. 한 씨는 “원래 의심이 많아 이런 사기는 잘 안 당하는데 사이트라서 당했다”며 “요즘 마스크를 구하기가 힘든 데다 싸게 판다고 하니 그 사이트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중국 지인의 부탁으로 마스크를 구매했다.

이들은 일일이 전화로 응대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한 씨는 “지금까지 통화가 안 되거나 ‘바쁘다, 거래가 이미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거래를 안 했는데 이쪽은 통화를 하고 구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 1만개를 주문하고 입금을 하려던 찰나에 전화가 왔다”며 “(사이트 측에서)1만장 구입할 거냐고, 실시간 재고 수량을 파악하고 있는데 공장에 얘기를 미리 해 놔야 수량을 맞출 수 있어 언제 입금할 건지를 물어 바로 입금을 했다”고 했다.

한 씨는 “사람 심리를 진짜 긴가민가하게 해서(당했다), 내 것을 사려던 것도 아니고 아시는 분이 부탁해서 그런 건데 이렇게 돼 너무 답답하다”며 “이 시국에 마스크 사기라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마스크 사기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경기 김포경찰서 사이버팀에 배당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앞서 언급된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맡게 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민 불안감을 악용한 사기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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