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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수의 현장에서] ‘신종코로나’에 움츠러든 승무원들

“중국 비행 다녀오면 입국 기록이 남아서 병원조차 못 갑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항공사 승무원들이 애꿎은 피해자로 몰리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항공 전선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사회적인 비판과 혐오 분위기가 심리적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익명 게시물로 운영되는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선 최근 항공사에 근무 중인 승무원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항공사에 근무하는 승무원이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병원에 가서 항공사에서 근무한다고 말하면 출입 기록부터 조회한다”며 “잠재적 환자로 취급당하면서도 지정 병원은 물론 부수적인 대안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병가를 쓰고 싶어도 병원에서 진단서를 안 떼주니 마음대로 못 쓰는 상황”이라며 “항공기를 이용하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일하는데 무조건 격리 대상으로 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실제 병원에서는 진료 예약 시 의료기관 전산시스템을 통해 승무원의 해외 국가 방문 이력을 확인해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에겐 부가적인 혜택조차 없는 실정이다. 특근비는 언감생심이다.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최대 5일의 휴무 이후 현업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확진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승무원 검진이 100%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객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진 않을까 공항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직원들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관광지 위주의 노선 중단이 결정됐지만, 여전히 많은 승무원들이 중국을 오간다”며 “증상이 없어서도 잠복기가 길어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항공기에 탑재된 ‘헤파(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 덕분에 승무원들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한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 승무원 감염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 사례로 제기된다.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끊임없이 순환되는 공기가 구역별로 나뉘어 바이러스가 기내에서 확산되기는 어렵다”며 “승무원들을 잠재 보균자로 보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의 진정성 있는 승무원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른다. ‘신종 코로나’ 공포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항공기를 중단할 수 없는 환경인 만큼 안전상 내부적으로 더 완벽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비용 항공사의 승무원이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위험 직군이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지침은 너무나 무책임한 처사”라며 “나름대로 책임감을 갖고 종사하는 승무원들을 위해 항공사가 최소한의 배려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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