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늘린 저비용 항공사 최악
국내에서 7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동남아시아 등 수수료 면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까지 항공권 예약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일본 보이콧에 이어 우한 폐렴 리스크로 항공업계는 최대의 영업 위기에 직면했다. 여행 기피 현상이 중국 본토를 넘어 동남아 등 인접 국가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노선 수요 감소를 중국 신규 노선 확대로 만회하려던 계획마저 차질이 생기면서 연간 매출의 가늠자인 1분기 수익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대한항공 13%, 아시아나항공 19%, 제주항공 15%, 진에어 2% 수준이다. 하지만 동남아를 포함하면 매출 비중은 각각 31%, 37%, 45%, 42% 등으로 불어난다.
지난해 노선 다변화로 중국·동남아 노선을 늘린 저비용 항공사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전염 우려에 따른 불안감이 원인인 만큼 이렇다할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본토는 물론 인접한 대만, 태국, 홍콩을 비롯해 동남아 노선의 취소 문의가 잇따르면서 대응조차 버거운 상황”이라며 “여행 자체의 거부감이 퍼지면서 수요 위축 현상은 국내까지 번질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심리적 타격에 의한 여행객 감소는 불가피하다. 실제 2003년 3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때 인천공항 기준 국제선 여객 수송은 전년 대비 3월 9.7%, 4월 37%, 5월 38% 감소했다. 입국자 수도 각각 10%, 29%, 39% 줄었다.
항공 수요는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 전 지역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한국신용평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스의 영향이 지속된 3개월 동안 중화권 입출국자는 약 50%, 그 외 국가의 입출국자는 약 25% 감소했다.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4% 감소했다.
현재 예약 취소 건수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내 대형 여행사들이 중국 관광지 위주의 예약 항공권 100% 취소를 추진하는 가운데 개별 예약자들의 동남아 취소율이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인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국내 여행객이 항공기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항공사별로 연간 매출의 최대 35%를 차지하는 1분기 전망 역시 먹구름은 더 짙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한한령(한류금지령) 해제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 기대감이 우한 폐렴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비용 항공사 관계자는 “노선 운항이 중단된 중국 관광지를 비롯해 비즈니스 수요가 집중된 산둥반도 등 상용 노선과 대체지로 주목하던 동남아까지 우한 폐렴 여파가 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이라며 “성수기가 4분기에서 1분기로 옮겨가는 추세에 이런 일이 터져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