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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리는 직권남용” (종합)
김기춘 일부 무혐의 판단, 최종 형량 결정은 늦춰져
김기춘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성향의 인사들을 관리하며 정부 지원을 배제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정책에 대해 대법원이 직권남용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지시행위를 한 김기춘(81)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처벌도 이뤄질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정부 지원을 끊은 행위는 범죄가 맞지만,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볼 여지가 있어 다시 판단을 하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이 ‘문화예술계가 좌편향 돼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문체부 공무원을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수행하는 각종 사업에서 이른바 좌파에 대한 지원 배제를 지시한 것은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원배제 지시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고, 위원회에 속한 위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침해해 위법하므로 '직권의 남용'에 해당한다.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지시를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에게 하게 한 것은 해당 직원들이 따라야 하는 법령상 의무에 위배되므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실장에게 적용된 14개 개별행위 중 2개 행위에 대해서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다시 살피라고 했다. 작성된 명단을 보내라고 요구한 것이나, 진행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 임직원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따라야 하는 원칙,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 라고 보기 어렵다"며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이 전에도 문체부에 의견 교환 차원에서 명단을 송부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했는지 등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또 김 전 실장이 퇴임 후에 공무원 신분이 아닌 시점에서 벌어진 상황들에 대해서도 공범으로 책임을 물은 것은 잘못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심의 판단이 크게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의무 없는 일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법령에 근거 규정이 없다면 구체적으로 살펴보라는 취지의 파기 환송" 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함께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사건 역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특정 정치성향의 인사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도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법상 공무원은 직권을 남용해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5년 이하의 징역, 3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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