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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한 폐렴 초비상] “남이 만졌던 카페 진동 벨…께름칙해서 못만지겠어요”
‘우한 공포’에 예민해진 시민들
카드 외 키오스크 등에도 민감
일부시민 휴대용 손소독제 사용
전문가들 “전염 가능성은 낮아”

“아무래도 진동 벨이나 무인 키오스크를 이용하긴 좀 꺼려지죠.”

3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모(32) 씨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헤럴드경제 기자에게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7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네 번째 국내 확진자가 나온 지 사흘이 지난 이날 명동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터치’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은 손가락 대신 손등으로 무인 키오스크를 누르거나 휴대용 손소독제를 상비하며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빙수 전문점에서 만난 박모(23) 씨는 “남의 손이 닿는 진동벨 같은 건 만지기 께름칙하긴 하다”며 “명동처럼 외국인이 많은 동네에서는 오히려 사람 없는 가게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마스크를 하지 못해 사람이 없을 것 같은 곳으로 일부러 왔다”고 했다.

또 다른 카페에서 만난 최모(22) 씨도 “우한 폐렴 자체가 공기 중으로 옮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손으로 주고받는 돈이나 카드는 물론이고 키오스크 이용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은 ‘손으로 만드는 먹을 것’으로도 이어졌다. 인사동에서 만난 김단(21) 씨는 “인사동에서 유명한 빵을 먹으러 왔다. 빵을 사면서 직원이 장갑을 끼고 있는지 제대로 착용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봤다”며 “만약 장갑이나 마스크가 없었다면 사기가 꺼려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터치 민감증’은 상점가에서도 보였다. 대형 상점들은 저마다 매장 입구에 손소독제를 비치해 손님들의 사용을 유도했다. 손소독제를 사용해야만 쇼핑을 가능하게 하는 곳도 있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 매장 직원 신모(27) 씨는 “본사 지침으로 문 앞에 손소독제를 비치해두고 무조건 소독 후 쇼핑을 하게 하고 있다”며 “우한 폐렴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터치’에 민감해지자 손소독제의 매출도 급격히 늘었다.

명동의 한 드러그스토어 점장은 “손세정제를 보통 한 번 주문하면 100개 정도 들여오는데, 그제 들어온 손세정제 어제(29일) 오후 3시쯤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명동의 한 빙수전문점 직원 박모(24) 씨도 “매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해두려 돌아다녔지만 이미 주변엔 손소독제가 모두 품절돼 있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사람들의 ‘터치 민감증’은 지속됐다. 온라인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손소독제의 경우 우한 폐렴 이전보다 판매량이 5~6배 정도 늘어났다”라며 “마스크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500~600% 늘어난 건 굉장히 큰 수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해당 이슈가 워낙 사회적으로 파급이 되면서 현재 손소독제 같은 관련 상품 문의나 검색이 상당히 늘었고 판매수치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터치 민감증’에 신중한 입장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몸이 아니어도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서 주변으로 나온 비말이 테이블이나, 문 손잡이, 자판 이런 데에 묻어 있는 상태에서 그거를 모르고 붙잡거나, 그렇게 손에 묻은 상태로 코 주위를 만지다가 호흡기에 들어가면 감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키오스크나 진동벨 등도)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바이러스가 그런 건조한 환경에 무한대로 사는 것은 아니다”라며 “발병은 바이러스 몇 개 개체가 아닌 상당량이 들어가야 가능한데, 바이러스가 상황에 따라 길어봤자 이틀에서 사흘 이내로 생존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많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기자·김용재·김빛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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