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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경비율 15%까지 늘린다더니…女화장실 없는 경찰서 ‘수두룩’
1층 화장실중 20%만 남·여 분리
숙직실 등 타편의시설 ‘언감생심’

경찰이 ‘정부의 성평등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추겠다’며 여경 숫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정작 일선 경찰서의 여경 편의 시설 확충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본적인 위생 시설인 여성 전용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지역 경찰관서 1층에 자리한 화장실 총 749곳 중 545곳이 남·여가 분리되지 않은 공용 화장실이며, 나머지 204곳은 남성 전용 화장실이었다. 각종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공용 화장실이 개선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2006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공용 화장실에 숨어있던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용 화장실은 대표적인 성범죄 취약 지역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 2012~2017년, 5년간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는 1만1178건에 달한다.

문제는 경찰이 기존 화장실을 개조하려 해도 남·여 분리 자체가 불가능한 화장실이 총 595곳으로 전체의 79.4%에 달한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자체 조사한 ‘지역 경찰관서 1층 화장실 현황 조사’를 보면 공용 화장실 545곳과 남성 전용 화장실 204곳 중 남·여 분리가 가능한 화장실은 각각 123곳, 31곳으로 20.6%에 불과했다(총 154개소).

사실 2018년부터 국정감사 등에서 꾸준히 여경 편의 시설 확충 필요성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경찰청이 ‘여경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를 시행하기도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던 셈이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여경들은 화장실 개선·확충을 1순위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1 개선·확충 과제인 여성 전용 화장실 마련이 더뎌짐에 따라 여경 숙직실, 여경 휴게실, 여경 샤워실, 여경 탈의실 등 추가 여경 편의 시설 확보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 됐다. 올해 경찰이 확보한 예산 총 11조6165억원 중 여경 편의시설 설치에 배정된 돈은 26억원 뿐이다.

정성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은 “여성 전용 화장실 외에 여경 숙직실 등 다른 편의 시설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통해 예산 소요를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며 “경찰은 이런 조사 결과를 활용해 구체적인 여경 편의시설 설치 계획을 마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총원의 11~12% 수준인 여경의 비율을 2022년까지 1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18년 기준 1만3582명인 여경의 숫자는 2년 뒤 1만8000~2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경 편의 시설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초래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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