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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한폐렴 초비상][르포]공항도, 명동도 ‘텅텅’…중국인 포비아까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비행 티켓 체크인 시작했지만 고작 2명만
명동 상인들 “춘절인데도…우한 폐렴뿐 아니라, 매출 하락까지 걱정”
“여행지나 공항서도 중국어 소리만 들려도 피한다”는 이야기도 나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설 지나면서 상황 위중해져…개학 연기 검토”
28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오전 11시5분에 출발하는 말레이시아 알라룸푸르행 항공편 수속 라인이 사람들로 붐비는 반면 그 왼쪽에 오전 11시10분 출발하는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공항행 항공편 수속을 기다리는 줄은 텅비어 있다. 홍승희 수습기자/ hss@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장연주·박병국 기자, 주소현·홍승희 수습기자] 28일 오전 9시께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 1터미널. 11시 10분에 출발하는 중국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공항행 중국동방항공편 수속 라인. 체크인이 시작됐지만 비행기표를 끊기 위해 대기줄에 선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그 옆 오전 11시5분에 출발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행 항공편 수속 라인에 70~80명이 긴 줄로 붐비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마스크 위로 드러난 중국행 여행객의 눈은 여행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더 어려있는 모습이다. 조그만 기침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우한(武漢) 폐렴’에 대한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자국에서 2840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81명이 사망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와, 한국에서도 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다. 공항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겼고.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동 등도 한산해졌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중국말에도 대부분 민감해하는 눈치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는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터키 이스탄불로 떠날 계획이라는 김선중(26) 씨는 “친한 형과 터키 여행을 가기로 해서 가기는 가지만, 여행에 대한 꺼림직함은 여전한다”며 “마스크 10개를 챙겨 오기는 했다. 최대한 조심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고향에서 온 친구를 맞으러 공항에 왔다는 베트남인 여성 유아린(35) 씨는 “미세먼지가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낀 적은 없다”며 “근데 이번에는 진짜 큰일날 것 같아서 꼈다. 많이 무섭다”고 했다.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 글 지지 인원이 이날 오전 10시 기준 51만명을 돌파했다. 청원 글은 ‘북한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제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태를 제때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다는 교사 박진호(49) 씨는 “사망자가 중국에서 처음 나왔을 때 원인을 분석하고 속도감있게 퍼지기 전에 중국이 조치했어야 했다”며 “중국에서만 500만명이 빠져나갔다 한다. 이제 각국의 몫이 돼버렸다”고 했다.

지난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귀국했다는 박모(35) 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여행지나 공항에서 중국말이 들리는 곳은 되도록 가지 않으려고 했다”며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사망자가 하루 사이 수십명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공항에서 만난 일부 중국인은 한국인들의 시선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톈진(天津)으로 떠난다는 한 중국인 남성은 우한폐렴 공포에 대해 기자가 묻자 고개를 내저으며 인터뷰를 거절했고, 일행인 같은 국적의 여성 강모(30)씨는 단호한 표정으로 “우한폐 렴으로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이른 아침에도 관광객으로 붐비던 곳이 텅 비어 있다. 명동 상인들은 ‘우한 페렴’ 감염 공포뿐 아니라, 매출 급락에 대한 걱정까지 털어놨다. 주소현 수습기자/addressh@heraldcorp.com

중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중구 명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명동 거리. 관광객, 쇼핑객으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렸던 이곳에는 마스크를 끼고 영업을 준비하는 상인들만 눈에 띄었다.

특히 명동 상인들은 폐렴에 따른 공포에다 매출 감소 걱정까지 털어놨다. 명동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문성철(56) 씨는 “아무리 공항에서 검역한다고 해도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우리 가게의 경우 전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고 계산대에 손 소독제를 구비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명동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용천(51) 씨는 “명절이라 중국인들이 몇십만명 들어온다고 기대했다”며 “이번 우한 폐렴 때문에 매출이 예년 명절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중국 현지에서 마스크가 동이 나면서, 중국인들이 대량으로 마스크 구입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명동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가게에서 일하는 중국인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중국 가게에 마스크를 대량으로 보낼 수 있게 원가로 공급해 주고 있다”며 “전날 명동의 한 약국에서는 한 시간씩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 가기도 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다음달 예정된 대부분 학교의 개학도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교육청 실국장회의에서 “설 연휴를 지나면서 상황이 위중해졌다”며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개학 연기 등 여러 방안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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