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파병 받아들일 수 없어” 반발

파병 설득 위한 고위급 접촉 가능성도

외교부는 “우리 국익 따라 결정한 것”

정부 '호르무즈 파병' 청해부대 30진부터 대비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지난달 27일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서 임무 교대를 위해 출항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이란의 우려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독자 파병을 결정하면서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외교당국이 고심에 빠졌다. 당장 “한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이란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고위급 접촉을 통해 직접 설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독자 파병을 결정한 이후, 이란 측과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을 활발히 해오고 있다”며 “이란과의 외교적 관계는 정부 입장에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진행 상황에 따라 향후 설득을 위해 고위급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의 파병 결정에 강하게 반발한 이란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이란에 직접 파병 배경을 설명하고 이를 설득하기 위한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란 측 역시 최근 외교적 대화에 적극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대화의 급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이란은 우리 정부의 파병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파병 결정 직후 압바스 무사비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이 미국의 구상과는 독자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함대를 보내겠다는 통보를 해왔고,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부는 NSC의 파병 결정 이후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외교당국의 부담은 늘어난 모양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이 애초부터 한국의 파병 검토에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지만, 외교적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독자 파병을 먼저 결정한 일본의 경우,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 차관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로부터 직접 파병 배경을 설명받고 대화를 나눴다. 다만, 아베 총리의 설득에도 이란 측은 “외국 군대가 중동에 주둔하는 것은 안정과 평화,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병으로 이란과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한-이란의 외교 관계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이란측과 공유했다” 면서도 “(파병 문제는) 이란은 이란대로 입장이 있으나 우리는 우리 국익에 따라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과의 마찰이 계속될 경우,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당장 이란과의 마찰로 큰 위협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미국의 요청에 한국이 응답해 중동에 병력을 보내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에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