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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통계상엔 3%…실질적으론 1% 미만
2019년 형사재판 피고인 22만123명
무죄 선고는 7496명으로 3.41% 달해

특경가법상 횡령·배임죄 무죄율은 11%
과거사·위헌판결 등 무더기 선고 영향도
검찰 직접 수사 사건 경우도 다소 높은 편

공판중심주의 강화로 무죄율 지속 증가
대검, 작년 1심 재판 무죄율 0.79% 집계
구속 재판의 경우 무죄선고 사례 드물어

많은 형사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그 중 상당수는 무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 사건 실질 무죄율은 1%미만으로, 사회적으로 이목을 끄는 중요 사안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기는 매우 어렵다. 범죄 유형별로 무죄가 나는 비율에 차이가 있는 편인데, 특히 기업 수사에서 자주 적용되는 횡령과 배임죄 무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형사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총 22만123명에 달했다. 그 중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7496명이었다. 무죄율을 환산하면 3.41%가 된다. 2016년과 2017년에도 전체 무죄율은 3%대를 유지했다.

산술적으로는 한 해 재판받는 피고인 중 100명 중 3명은 무죄를 선고받는 셈이지만, 실질 무죄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 통계에는 과거사 사건 재심이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으로 인해 무더기로 무죄가 선고되는 수치가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2.51%였던 무죄율은 2010년 8%대로 올라가기 시작해 2011년에는 19.44%, 2012년에는 23.49%까지 치솟았다. 2009년 7월 헌법재판소는 과적차량이 적발되면 운전자와 함께 운전자를 고용한 법인이나 영업주까지 처벌하도록 한 도로법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이 여파로 무죄율이 급증했다.

이러한 요인을 감안해 검찰은 범죄별 실질 무죄율을 별도로 산정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집계한 지난해 1심 무죄율은 0.79%에 불과했다. 재심 사건 등을 뺀 실질 무죄율을 자체적으로 산출한 수치다. 사법연감상 드러나는 3%에 비하면 훨씬 낮고, 최근 10년간 1%를 넘어선 적이 없다.

다만 검찰 통계상으로도 2010~2015년 0.5% 안팎이었던 무죄율은 소폭으로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대검은 “무죄율 상승은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법원의 증거에 대한 엄격한 증명요구 등 경향 변화 등 환경적인 요인이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작성한 조서 위주의 ‘서류 재판’을 탈피해 법정 다툼을 거치는 방향으로 재판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범죄 유형별로는 기업 사건에서 자주 다뤄지는 횡령과 배임 혐의 사건에서 무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267명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306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율이 5.80%로, 다른 범죄 평균보다 뚜렷하게 높다.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사건은 무죄율이 11.42%에 달했다. 이 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2057명 중 235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소된 2057명중 대부분인 1948명이 횡령이나 배임, 사기 등 재산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특경가법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 적용되기 때문에, 주로 규모가 큰 기업 수사에서 활용도가 높은 특별법이다.

무죄율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벌이는 경우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경향이 있다. 경찰 수사를 한 번 걸러 기소하는 사건에 비해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한 사건은 상대적으로 무리한 기소를 할 여지가 높은데다, 사안 자체가 법리적으로 복잡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중요 사건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은 폐지된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높은 무죄율로 해마다 국정감사장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폐지 직전인 2012년을 기준으로 5년간 대검 중수부의 1심 무죄율은 9.6%로, 일반 범죄를 훨씬 웃돌았다.

지속적으로 처벌 범위 확대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성범죄 무죄율은 3% 안팎을 기록했다. ‘강간과 추행의 죄’로 기소된 6210명 중 3.67%인 228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사범의 경우 1심 재판을 받은 5022명 중 2.76%인 139명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성범죄는 처벌 강화 경향과 맞물려 무죄 입증이 어려워진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진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1심에서 검찰은 벌금 300만원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사건에서 확보된 폐쇄회로(CC) TV 화면에는 직접 신체접촉 장면이 없었지만, 정황과 진술을 토대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 100명 이상의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범죄 유형에 근로기준법 위반 사범이 포함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근로자 지위가 두텁게 보호되면서 노동 사건으로 기소되는 사건이 늘었다. 지난해 5003명이 1심 재판을 받았고, 이 중 2.11%인 106명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구속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검찰이 파악한 지난해 무죄를 선고받은 구속 피고인은 135명에 불과했다. 영장 심사 단계에서 어느 정도 범죄 혐의가 소명된 데다, 불구속 재판에 비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제약을 받는 점도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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