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 끝났지만 공소유지 차질…'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현 우려
검사장급 물갈이 이어 일선 차장·부장급 검사들도 대거 보직 이동 전망
총선 100일도 안남았는데 선거사범 수사 지휘라인 교체 논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들이 전원 교체된 가운데, 조만간 단행될 후속 인사에서도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된다. 곧 시작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재판은 물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다음달 3일 단행될 평검사 인사에 앞서 부장급 이상 검사 인사를 검토 중이다. 청와대는 최근 경찰을 통해 검사 150명 가량의 세평수집 자료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인사까지 모두 마무리되면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수사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바꾼 검찰인사 규정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지적을 받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대통령령으로 차장과 부장검사의 필수 보직기간을 최소 1년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인사규정에 포함했다. 법무부 근무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조치에 따라 검찰 직제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무부에서 이를 근거로 직제를 개편한 뒤 인사교체를 단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 안팎에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신봉수(50·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김태은(48·31기) 공공수사2부장,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홍승욱(47·28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와 이정섭(47·28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대상자으로 거론된다.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와 관련해서는 송경호(50·29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고형곤(50·31기) 반부패수사2부장이 언급된다. 여권 등에 따르면 조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도중 조 전 장관과 통화를 나눈 이광석(45·33기) 부부장검사도 교체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른바 ‘친(親)정부’ 인사로 꼽히는 이성윤(58·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을 임명하면서 윤 총장의 지휘체계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당장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수사와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공소유지 등 수사 동력은 크게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인사발령이 나더라도 파견형식으로 공소유지에 참여할 수 있지만, 물리적 거리가 있는 지역으로 발령이 나면 업무병행에 따른 집중력 저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학습효과’로 수사가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좌천인사로 인해 재판에 영향을 준 사례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꼽힌다. 문재인 정부 취임 후 첫 번째 살아있는 권력수사로 불렸으나 기소 후 7개월이 지난 11월이 돼서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당시 수사실무를 책임진 주진우(44·31기) 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지휘부였던 권순철(50·25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이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로 인사가 나 검찰을 떠났다. 한찬식(51·21기) 동부지검장도 사표를 냈다.
한직으로 발령 난 검사들은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틴다’는 분위기다. 이번에 지방으로 발령이 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일관되게 주어진 환경에서 수사를 벌여왔고 공직자로서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데에 변함이 없다”며 “사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공소유지 우려에 대해서는 “총장이 잘 지휘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겨눈 보복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당초 윤 총장을 검찰총장에 앉히기 위해 무리하게 인사를 했다가 다시 쳐낸 꼴이라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범죄를 총괄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 보직을 총선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체해 정치적 논란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진행중인 수사에 직접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며 “하지만 이번 인사로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부각돼버렸다”고 말했다. 법무장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객관적 공과 과를 기준으로 인사를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