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IPO 역대 최대 211개 기업
주가 급락에 IPO 철회하기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디 증권거래소(타다울) 상장식 때 모습. 아람코는 공모로 256억 달러를 조달하며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기록했다. [AP] |
우버는 지난 5월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45달러를 크게 밑돌면서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 전반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로이터] |
올해 세계 기업공개(IPO)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초대박을 터뜨리는 등 외형적으로는 훌륭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투자자의 속을 썩인 한 해였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은 시장정보업체 팩트세트 자료를 인용, 올해 최대 IPO는 256억달러를 조달한 아람코라고 전했다.
이달 초 자국 증시인 타다울 거래소에 상장한 아람코의 상장 규모는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250억달러)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 주가는 횡보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2조달러 수준을 유지하면서, 최고 시총 기업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홍콩거래소에 지난달 중복 상장하면서 129억달러를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CNBC는 알리바바의 성공적인 상장에 대해 “민주화 시위로 인해 둔화된 홍콩 시장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아람코와 알리바바의 초대박 IPO와 달리 미국 IPO 시장 분위기는 험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시장조사업체 딜로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미국 IPO규모는 211개 기업·623억달러로, 알리바바 상장이 있었던 2014년 이후 규모 면에서는 역대 최대다.
하지만 IPO 이후가 문제였다. 공모주의 IPO 이후 주가 상승률은 평균 23% 수준으로,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0%가량 오른 것에 비하면 실망스럽다. 치아교정업체 스마일다이렉트클럽 주가는 무려 60%나 빠졌다.
특히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공유 기업들이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을 달콤한 동화 속에서 깨게 했다. 상반기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와 우버가 나란히 상장하면서 기대를 잔뜩 모았으나 이후 주가는 30% 이상 뚝 떨어졌다.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는 지난 9월 예정된 IPO를 끝내 철회했다.
WSJ은 기업가치 과대평가, 불투명한 수익성, 기업지배구조 문제 등이 미국 IPO시장의 발목을 붙잡았다고 설명했다. 과거나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던 IPO환경이 바뀐 것이다.
크레딧스위스의 앤서니 콘톨레온 글로벌 자본시장 책임자는 “지난해와 올해초만해도 투자자들은 IPO기업의 수익성 부족을 (지금보다) 덜 걱정했다”면서 “현재 투자자들은 수익성과 현재 손실 규모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WSJ에 설명했다.
이는 비교적 이익 구조가 뚜렷하고 손실이 없거나 작은 의료기기업체 아반토, 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 등의 주가가 IPO이후 승승장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반면 식물성고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는 한때 공모가의 9배까지 주가가 뛰었지만 10월 들어 기대 이하의 실적에 다시 곤두박질치는 등 주가가 이익에 매우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WSJ은 내년 상장이 유력한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가 실리콘밸리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보여주는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어비앤비는 2017년 기업가치가 310억달러로 평가됐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