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필리버스터와 연계로 심사 난망
여야의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정치권이 극한 대치에 돌입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국회는 5년 연속 예산안 늑장 처리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예산안 심사 기한인 지난달 30일까지 감액과 증액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 여야가 예산안을 세부 조정하는 소소위의 구성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심사가 지연된 탓이이다. 3당 간사협의체는 지난달 28일부터 예산소위의 1차 감액심사에서 보류된 482개 안건과 증액 안건을 심사했으나 감액 심사도 다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예산안은 이날 정부 원안대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예산안 원안을 당장 본회의 표결에 부치기보단 교섭단체 3당에게 심사 시간을 더 주겠다는 입장이다. 김재원 예결위원장 역시 지난달말 문 의장에게 예결위 활동기한을 오는 7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관건은 여야의 합의다. 예결위 활동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문 의장 역시 3당 원내대표간의 명시적인 합의없이는 예결위의 활동기한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산안이 필리버스터 문제와 얽히면서 여야 합의는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패스트트랙 법안은 물론 예산안 등을 다른 야당과의 공조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여야 교섭단체 3당 예결위 간사로 구성된 ‘3당 간사협의체’가 소집됐지만 민주당은 예산 심사를 거부했다. 연장 심사에 대한 원내대표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이유로 사실상 예산안 심사를 보이콧한 셈이다.
예산안이 필리버스터 문제와 연계되면서 예산안 처리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일각에선 예산안이 정기국회 이후에 처리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기 국회 내 어떻게든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패싱’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전적으로 정략적인 목적으로 예결위의 예산심사를 방해한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며 “이미 법적 시한을 넘기는 일이 불가피하지만 민주당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 전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겠다는 분명한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r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