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이견 차 큰 상황에서 후속 협상 ‘난항’ 전망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의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3차 협상 도중 미국 측 대표단의 일방적 이석으로 중단된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두고 양국이 물밑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외교 당국은 “협상단 차원 뿐만 아니라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후속 협상 일정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차 회의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지만,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는 소통 채널이 있다”며 “양국 협상대표단만 만남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위비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간 소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 실무선에서는 이미 다음 협상 일자를 잡았지만, 3차 회의 과정에서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그러나 상호 소통하며 공식적으로 열리는 회의 뿐만 아니라 양국 대사관을 통한 대화 채널이 있기 때문에 방위비 협상 문제는 수시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수석대표를 맡은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지난 1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3차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틀째인 지난 19일 오전 돌연 드하트 대표가 협상장을 나와 “한국의 제안이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정 대사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간 이견 차이가 상당하다”고 했다.
현행 분담금(1조389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 50억 달러(약5조8000억원)를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으로 요구하고 있는 미국은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비용과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분담 항목에 신설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반대 입장을 유지 중이다.
미국 측의 이례적인 협상 테이블 이탈에 우리 외교 당국은 물밑 접촉을 통해 이견을 줄여 원래 목표했던 ‘연내 협상 타결’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정 대사도 협상 파행 직후 “우리 측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측이 협상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만큼 후속 협상 재개까지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방위비 협상 파행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협상장에 돌아와야 하는 것은 한국”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을 하려면 양쪽 모두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만 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드하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의 굳건한 한미 동맹에 진정으로 감사한다”며 “다음에 돌아와 꼭 다시 보자”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주한미군 감축설’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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