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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 젠더 이슈…“양성평등으로 가는 과도기 증상”
미투운동 반작용·일자리 등 불만
2030 남성들 양성평등 강한 분노
여성들, 변하지 않은 상황에 악순환
전문가 “권력투쟁의 場 돼 버려…
양성평등 모두 이롭다는 합의 절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 2주만에 24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해묵은 젠더갈등과 평점테러 등 각종 논란은 흥행에 불을 붙였다. 다수 관람객들은 영화가 한국 30대 여성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호평했지만, 일부 남성들은 ‘불평 많은 페미니즘 영화’라 조롱했다. 전문가들은 양성평등 논의가 제로섬게임으로 변질되며 ‘권력 투쟁’의 장이 됐다고 우려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12일만인 지난 3일 기준 누적 관객수가 249만8984명을 기록했다. 기대 이상의 흥행이라는 것이 영화계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청년 대변인이 ‘남자도 힘들다’는 영화 논평을 낸 뒤 철회하는 등 영화 밖 이슈도 흥행에 도움이 됐다. 영화 흥행의 주요인으로는 영화가 지닌 높은 여성 공감능력이다. 반면 남성들은 ‘열 받아서 봤다’는 평가가 주다. 영화를 본 이유는 남녀가 다르지만 모두 흥행엔 도움 요소다.

‘야근 안해, 군대 안가, 당직 안해, 외근 안해, 한녀 기생충들’ 영화 82년 김지영에 관한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중 하나다. 포털에 집계된 댓글 작성자 분석에 따르면 댓글자 70%가 2030대 남성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50년대생이면 모를까 80년대생들이 차별받았다는 것에는 동의 못한다’, ‘그동안 받은 혜택은 빼고 불공평하다고 불만한다’ 는 등 여성이 말하는 차별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2030대 남성들의 양성평등에 대한 강한 분노의 배경으로 미투운동 피로감, 일자리 문제 등에서 남성들이 과거 누려왔던 특권적 기회가 상실된 점을 꼽았다.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처음 미투운동이 시작될 때는 성별 관계없이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후 생각을 바꾼 이들이 많아졌다”며 “미투운동을 지지해봤자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남성만 잠재적 가해자가 됐다는 불안감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이어 “젊은 남성들은 여성에게 양보만 많이 하고 혜택은 누린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남성이어서 이익을 얻은 것은 없는데 남성으로서 갖는 의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불만과 상실감을 젊은 세대 남성들이 느끼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책임을 ‘자기 주장이 강한 여성’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혐 정서가 강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결국 남성들의 이러한 분노가 여성을 향하고, 여성들 역시 달라지지 않는 상황과 싸워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셈이라는 설명이다. 변 교수는 이를 두고 ‘젠더 이슈가 권력 투쟁의 장이 돼버렸다’고 요약했다. 양성평등은 서로 힘을 합쳐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문제지만, 지금은 여성과 남성이 이 문제를 세력화해 더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고 하는 ‘투쟁’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극단적인 젠더갈등 상황을 사회가 양성평등으로 향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양성평등이 과도기인 가장 큰 이유는 가정의 돌봄 활동을 인정해주는 경제사회구조가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여성이 야근이나 당직을 안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독박육아’ 때문에 못하는 처지다.

경제노동과 돌봄노동에 여성과 남성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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