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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세포 귀 기울이는 세포 …'수학 모델'로 의사소통 원리 발견
세포는 넓은 공간에서도 신호 동기화
단백질 스스로 유전자 발현 시스템 덕분
"수학적 모형으로 발견"
넓은 공간에서도 발견되는 유전자 주기성 [KAIST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생명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세포. 그런데 이 세포는 매우 넓은 공간에서도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말이다. 국내 연구진이 이 같은 세포의 의사소통법을 수학적 모델로 발견했다.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와 매튜 베넷라이스 대학, 크레시미르 조식 휴스턴 대학 교수 공동 연구팀이 합성생물학과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세포들이 넓은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1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세포들은 신호 전달 분자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한다. 그런데 이 신호는 보통 아주 짧은 거리만 도달한다. 그런데도 세포들은 넓은 공간에서도 상호작용하며 같은 행동을 한다. 이는 마치 넓은 축구장에 수만 명의 사람이 주변 서너명의 박수 소리만 들을 수 있는데도 모두가 같은 박자로 손뼉을 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직접 제작한 전사 회로를 박테리아에 구축해 주기적으로 신호 전달 분자를 방출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엔 제각기 다른 시간에 신호 전달 분자를 방출하던 박테리아가 시간이 지나자 같은 시간에 주기적으로 분자를 방출하는 동기화를 이뤄냈다.

그런데 박테리아를 넓은 공간으로 옮겼을 땐 이러한 동기화 방법이 다르게 작동됐다. 각 박테리아의 신호 전달 분자 전사 회로에 ‘전사적 양성 피드백 룹’(Transcriptional positive feedback loop)이 있을 때만 동기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양성 피드백 룹은 단백질이 스스로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전달받은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역할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편미분방정식을 이용해 세포 내 신호 전달 분자의 생성과 세포 간 의사소통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그러나 전사 회로를 구성하는 다양한 종류의 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고차원의 편미분방정식이 필요했고 이를 분석하기란 쉽지 않았다.

박테리아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좌)을 수학을 이용해 원위의 점들의 상호작용으로 단순화(우) [KAIST 제공]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시스템이 주기적인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1차원 원 위의 움직임으로 단순화해 움직임을 살펴본 것이다. 달은 고차원인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지만, 궤도를 따라 주기적으로 움직이기에 달의 움직임을 1차원 원 위에서 나타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 결과 양성 피드백 룹이 있으면 두 점의 위치 차이가 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차이가 줄어들어 결국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을 이용한 복잡한 시스템의 단순화 없이는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수학의 힘”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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