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정찬수의 시승기-벤츠 ‘더 뉴 GLE 300d 4MATIC’] 4기통 한계 넘은 엔진, 정숙성 일품...차간거리 조절 등 옵션 빠져 아쉬움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E.[메스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의 ‘GLE’는 1997년 이후 전 세계에서 200만대 이상 팔린 럭셔리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새로운 GLE는 강력한 온·오프로드 주행성능에 가족용과 레저용을 아우르는 다재다능함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첫 인상은 웅장하다. 구형보다 약 10㎜ 늘어난 전장은 4930㎜에 이른다. 축거는 2995㎜로 구형 대비 80㎜ 길어졌다. 오버행이 짧아지면서 차체의 균형미는 증대됐다. 이는 주행 안전성과 만족스런 승차감으로 이어졌다.

전면 언더가드와 수직 라디에이터 그릴은 프리미엄 SUV의 수식을 그대로 따른다. 대형 파워돔과 선을 강조한 보닛은 다소 뚱뚱한 체격에 스포티한 느낌을 부여한다. 헤드라이트는 일반 LED 램프가 탑재됐다. 전방 시야 확보는 충분하지만 ‘더 뉴 GLE 450 4MATIC’에 장착된 멀티빔 LED 헤드램프와 대비되는 요소다.

실내는 첨단과 미니멀리즘으로 덧칠됐다. 우선 메스세데스-벤츠의 신형 모델들에 장착되는 진보적이고 세련된 콕핏이 눈에 들어온다. 두 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이은 구조는 동승자들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인색했던 터치스크린의 도입도 반갑다. 중앙 조작부의 터치패드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화면을 터치해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화면 넘김부터 각종 기능의 진입과 이탈은 아이패드의 부드러움을 닮았다. 64개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와 ARTICO 인조가죽도 제 역할을 한다. 각종 버튼의 조작감과 공조기의 부드러움은 역시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장 잘하는 부분 중 하나다. 확장된 축거는 2열 거주성을 대폭 향상했다. 성인이 앉았을 때 무릎 앞으로 주먹 4개 이상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다. 2열 좌석 리클라이너는 없지만 탑승자가 시트에 파묻히는 형태로 설계돼 안락하다. 허벅지에 닿는 부위와 시트의 높이가 무릎의 자연스런 각도를 유도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시승한 ‘더 뉴 GLE 300d 4MATIC’엔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51.0㎏·m의 성능을 내는 직렬 4기통 엔진이 탑재됐다. 경쟁사 모델에 탑재된 6기통 엔진보다 열세지만 퍼포먼스는 충분했다. 특히 가솔린 수준의 정숙성과 효율이 만족스러웠다. 공회전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디젤을 넘어섰다. 고속 주행 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없었다. 낮은 공기저항 계수는 풍절음을 효과적으로 줄였고 단단한 하체는 노면 소음을 억제했다. 정숙성만 놓고 보면 수입 프리미엄 SUV 가운데 최상위에 올려도 좋을 수준이다.

4기통의 구조적 한계에도 묵직하게 차체를 밀어주는 힘도 좋았다.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에서 차체를 끌어내려 안정감을 높였다. 요철을 지날 때도 뒤뚱거리지 않았다. 손에 착 감기는 운전대를 통해 느껴지는 코너링의 감각도 SUV보다 세단에 가까웠다. 차체 개선과 밸런스의 조율이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방증이었다.

아쉬운 대목은 편의사양이다.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들은 대부분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차와 차간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tive Distance Assist DISTRONIC)과 차선 유지장치는 물론 HUD(Head Up Display)까지 탑재되지 않았다. 통풍 기능이 사라진 시트 버튼과 선루프 없는 밋밋한 지붕도 ‘럭셔리’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고화질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갖췄지만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모바일 프로젝션을 지원하지 않는 시스템도 이해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차량의 전반적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 미(Mercedes me)’만 설치된다. 내부 단자를 USB-C 타입으로만 구성한 것도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을 부를 수 있는 요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기술이 대거 빠진 ‘더 뉴 GLE 300d 4MATIC’의 가격은 9030만원이다. 멀티빔 LED 헤드라이트와 20인치 알로이 휠을 원한다면 1억1050만원의 ‘GLE 450 4MATIC’을 택해야 한다. ‘럭셔리’의 마침표는 ‘배지(bedge)’가 아니다. 각각의 구성요소와 기능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경쟁 모델이 주지 못하는 만족감을 선사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판매율에 따라 옵션 구성을 달리할지는 미지수지만 이 역시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and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