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모든 정국 현안을 잠식하면서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맹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 내에는 조 장관 관련 내용이 아니면 흥행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깔렸고, 여권은 여권 나름으로 조 장관을 방어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피감기관에 대한 감시망은 옅어질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직접적으로 ‘조국화’된 국회 상임위원회만 해도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교육위원회 등으로 3개다. 이밖에도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간접적으로 연결된 상임위들이 있어 조 장관 이름은 국정감사 내내 거론될 예정이다.

정무위와 기재위에서는 사모펀드 관련 의혹, 과방위에서는 실검조작 논란, 교육위에서는 조 장관 딸 주위로 불거진 입시비리 의혹 등이 도마에 오를 예정이다. 조 장관 주위로 제기된 모든 의혹을 각 상임위 별로 다시 잡아내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10개 정도의 상임위가 조 장관 관련 공방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야권의 증인 신청도 이에 따라 조 장관과 관련된 인물이 핵심으로 채워졌다. 해당 증인이 합의되지 않으면 다른 증인도 합의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야당의 입장이다. 자료 준비도 마찬가지다. 한 야권 관계자는 “조 장관 관련 내용이 아니면 흥행하기 어렵다”며 “다른 것을 열심히 해봐야 주목을 못 받는데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정무위에 소속된 한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저쪽은 조 장관 관련 증인이 합의되지 않으면 다른 증인도 무조건 안된다는 입장이고, 우리는 또 우리 나름으로 조 장관 증인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증인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정감사는 증인없이 치러진다. 기관 증인 등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는 ‘맹탕’이 되는 셈이다.

증인은 사라지고 주제는 조 장관 뿐인 상임위가 되면 국정감사는 고성과 말다툼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야권이 벼르는 만큼 여권도 방어의지를 내부적으로 다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조 장관 지명 이후 지금까지 계속 후퇴없는 대치를 보여왔다. 전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이를 예고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민주당에서 이주영 부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조 장관 사퇴를 외쳤다. 민주당의 “사과하라”는 외침과 한국당의 “조국 사퇴”라는 고함이 뒤엉키면서 질문은 30분 이상 지체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야권에서 조 장관을 건드리면 우리(여당)는 조 장관과 상임위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할 것이고, 저쪽(야권)에선 펀드가 관련 있지 않겠느냐고 하지 않겠느냐”며 “다른 상임위도 마찬가지로 계속 파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조국 대전에 골몰하면서 피감기관에 대한 관심이나 국회가 해야 할 역할보다 정치적인 쟁점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국회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생겼다”고 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