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부터 금지해온 대학의 고교등급제 적용 여부 조사에 초점

“개개인 전수조사 아니어서 실효성 낮아”…“자사·특목고 해체 수순”

‘학종 실태조사’ 실효성 의문…일각선 “자사·특목고 죽이기” 비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교육부 연석회의에서 13개 대학 학종실태 조사 착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정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대학 입학 의혹으로 불거진 대입 공정성 논란 해결을 위한 첫 단추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학종실태조사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고교등급제 적용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이번 실태조사가 지원자 전수조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당정이 자율형사립·특수목적고(이하 자사·특목고)의 일괄적 일반고 전환 논의 직후 나온 실태 조사여서 자사·특목고 죽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종 선발 비율이 높은 대학 중 자사·특목고 출신 학생이 많은 13개 대학을 상대로 학종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조사 대상은 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곳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대학들이 고등학교에 교육계획서를 제출해달라는 등 나름대로 고등학교를 조사하기 때문에, 고교등급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있다”면서 “이번 실태조사에서 고교등급제 실재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1999년부터 대입에서 고교등급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학종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한 13개 대학의 자사·특목고 출신 학생 비율을 보면 포항공대의 경우 2019학년도 신입생 중 자사·특목고 출신 비율이 56.8%에 달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에서도 신입생 중 자사·특목고 출신이 30~40%였다. 그밖에 건국대·경희대·광운대·동국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홍익대 등은 자사·특목고 출신 신입생 비율이 15∼20% 수준이었다.

대학들의 이같은 대입 결과를 반영하듯 입시전문업체들은 수시예측 등에서 고교등급제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A입시전문업체는 대학 수시 합격 예측시 고등학교를 5개 등급으로 구분해 분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B입시전문업체는 지난달 ‘우리학교 수준이 궁금해’라는 수험생 대상 이벤트에서 고교 이름을 검색창에 넣으면 이 학교는 어느정도 수준이라는 ‘등급’을 제시해줘 논란이 된 바 있다. 입시업계 한 관계자는 “대학들이 블라인드 평가를 한다고 하지만 학생부만 봐도 이 학생이 자사·특목고 학생인지 일반고 학생인지 파악할 수 있다”며 “입시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와 관련 ‘자사·특목고 죽이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조사 대상 대학 선발 방식에서 ‘자사·특목고 죽이기’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태조사 발표 시점이 대학들이 수시 1차 합격자를 발표하는 때”라며 “대학들은 당장 자사고, 특목고 학생을 뽑기 부담스러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실태조사에 이어 학생부 비교과영역 폐지가 현실화한다면, 자사·특목고 죽이기 의도는 확연한 것”이라며 “비교과영역 폐지는 곧 내신 비중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당정은 지난 23일 “(자사·특목고) 지정 취소 여부를 교육감 재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정책으로서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이 맞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상 (자사·특목고) 근거조항을 삭제해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논의한 바 있어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