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요원·경찰·군인까지 분주
19일 낮까지 살처분 마무리 예정
정부 향후 계획 설명 없어 더 애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른 이동금지명령이 해제된 19일 오전 전북 김제시 백산면에 위치한 도드람 FMC 도축장에서 수의사가 열화상 카메라로 돼지의 발열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 |
“방역복은 드릴 수 있지만 출입은 안 됩니다.”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A 돼지농가의 출입통제선 앞. 출입통제에 분주한 방역사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역복을 입은 방역사는 눈에 보일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이날 A 농장의 입구엔 오전부터 ‘긴급초동방역’이라 쓰인 노란색 바리케이드와 출입금지를 알리는 주황색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방역관계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현장엔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요원과 연청군청 축산과 직원, 연천경찰서 경찰 외에도 축사 뒤 GOP에서 근무하는 군인들도 함께였다. 한 군인은 “출입통제선 너머로 드론 등을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출입금지 방역본부’라고 쓰인 출입통제선을 사이에 두고 만난 네팔인 라나 로즈라이(38)씨는 “출입통제선 너머 농장은 다 사장님의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위해 마스크를 내린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A농장에서 근무하는 그는 “사장님 마음이 많이 아파보인다”고 전했다. 라나 씨와 대화하는 동안 옆에선 흰색 방역복을 입은 방역사가 출입통제선을 설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접촉을 막는 별도의 제지는 없었다.
라나 씨가 사라진 출입통제선 쪽으로 방역차가 다가왔다. ‘가축방역’이라 쓰인 농림축산식품부의 흰색 트럭이 초록색 소독기를 싣고 있었다. 방역차에 설치된 소독기에서 소독액이 분무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방역차 역시 출입통제선 안까지 들어가지 못했고, 소독액을 뿌린 자리는 이내 흥건해졌다.
오전 11시 10분께가 되자 ASF가 발병한 농장 앞에서 포크레인이 땅을 파기 시작했다. 곧이어 돼지를 질식시키기 위한 액체질소를 실은 트럭도 농장 쪽으로 들어갔다. 방역 관계자는 “살처분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살처분 일정은 미정”이라고 답했다. A농장 돼지들의 살처분은 이날 오후부터 시작됐다. 방역당국은 19일 낮까지 살처분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후 12시가 되자, 출입통제 범위는 농장에서 500m 정도 떨어진 대로변까지 늘어났다. 대로변에서도 방역요원들과 경찰, 군인들이 철저히 농장으로의 출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불과 50m 정도 떨어진 다른 진입로의 출입은 통제가 허술했다. 다른 진입로로 차량을 통해 들어가던 한 외부인은 “여기 사는 것은 아니고 개인 야구장이 있어서 왔다. 저기 태양광 패널이 있는 건물”이라고 말했다. 출입을 통제하던 한 군인은 “양돈업자는 아니고 다른 볼일로 왔다”는 말에 출입을 허가해주었다. 해당 진입로부터 태양광 패널이 있는 사유지까지 방역 절차는 없었다.
방역당국은 열병이 발병한 농장 주인 홍 씨와 협의 끝에 살처분한 돼지들을 홍 씨의 농장에 묻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홍 씨의 농장 반경 3㎞ 내에 5500마리 규모의 3개 농가도 예방을 위한 살처분을 할 예정이다. 농장주 홍 씨의 아버지는 19일 오전 8시께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 돼지들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설명해 준 향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그의 목소리에선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박상현 기자/pooh@